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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앞에 서 있는 사람, 박은영 셰프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하지만 요리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은영 셰프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녀는 단순히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1991년에 태어나, 식산업경영을 공부하며 요리를 이론과 감각, 두 방향으로 모두 끌어안았다. 대학생 요리대회 챔피언.국제 젊은 요리사 대회 은상과 최고 표현상. 이력은 화려하지만, 나는 그 수상 경력보다 그 안에 숨겨진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새벽까지 재료를 다듬었을 손. 간이 맞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을 날들. 뜨거운 불 앞에서 땀을 닦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 순간들. 요리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묵묵한 반복의 작업이다.칼을 쥐는 시간, 불을 맞추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그녀는 방송..

감성 노트 2026.03.01

❄️ 겨울 한라산 앞에서

눈이 내리자산은 이름을 바꾸었다 숲과 능선의 경계가 지워지고굽이치던 길은하얀 숨결 속으로 잠겼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시간이 얼음으로 맺히고구상나무 가지 끝에서는빛이 조용히 피어났다 나는 그 앞에서말을 잊었다 높이를 바라보다가내 마음의 깊이를 보았고 백록담 위에 흐르는 구름을 보며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풍경은아마도소리가 없는 곳이 아니라마음이 잠잠해지는 순간일 거라고 눈 덮인 산은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으로나를 다독였다

짧은시 2026.03.01

❄️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배우는 것

— 겨울 한라산이 건네는 말 세상에는 사계절 내내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어떤 존재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제주 한가운데 서 있는 한라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해발 1947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사실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산이 품고 있는 시간의 깊이다. 순상화산 위에 만들어진 거대한 산체, 정상에 자리한 직경 약 500m의 산정화구호 백록담. 그것은 단순한 자연 지형이 아니라 오랜 세월 지구가 써 내려간 한 편의 기록 같다. 특히 겨울이되면 한라산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눈이 내린 산은 숲과 오름, 능선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모든 것을 하나로 이어 붙인다. 굴곡진 화산 지형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하고, 나무와 바위는 서로의 그림자가 ..

감성 노트 2026.03.01

나의 완벽한 장례식 인상적인 문장

1️⃣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 하나로 책의 모든 페이지가 설명된다. 기억은 남이 정하지만, 태도는 내가 정한다. 2️⃣ “장례식은 마지막 인사가 아니라 삶의 결산이다.”→ 오늘 하루가 곧 나의 결산표라면, 나는 어떤 숫자를 적고 있을까. 3️⃣ “후회 없는 장례식은 후회 없는 하루에서 시작된다.”→ 거창한 다짐보다 오늘 한 통의 전화가 더 중요하다. 4️⃣ “사랑은 미루는 순간 사라진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5️⃣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 끝을 아는 사람은 오늘을 소중히 다룬다.

책과 나 2026.02.28

“완벽한 장례식은 없다, 다만 진심으로 살았던 하루가 있을 뿐”

우리는 장례식을 죽은 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말한다.장례식은 지금 살아 있는 우리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며 장례식을 설계한다. 하지만 설계 도면 위에 놓이는 것은 꽃과 음악이 아니라, 지나온 날들의 기억이다. 누군가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사소해서 흘려보냈던 순간, 괜히 자존심을 세웠던 시간들…. 나는 책장을 넘기며 문득 멈췄다.지금 이대로라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은선, 우리는 참 열심히 산다.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하루를 버틴다.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람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아끼고 있지는 않을까. 이 책은 죽음의 형식을 묻지 않는다.대신 삶의 태도를 묻는다.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완벽한 장례식은 없다고.다만, 진심으..

오늘의 한줄 2026.02.28

『나의 완벽한 장례식』을 읽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는 죽음을 먼 이야기처럼 미뤄 둔다.하지만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묻는다.“당신의 마지막 날, 사람들은 당신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이 책은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다. 왜 굳이 장례식을 미리 준비해야 할까.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된다. 이 책은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주인공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장례식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추도사, 음악, 꽃, 참석자 명단…. 하나씩 적어 내려가며 그는 깨닫는다.장례식은 ‘마지막 행사’가 아니라 ‘삶의 요약본’이라는 사실을.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참석자 명단을 떠올리는 순간이었..

책과 나 2026.02.28

초록 껍질을 여는 시간

2월의 끝자락은 아직 겨울이다.바람은 차고, 옷깃은 여전히 여며야 하지만어딘가 봄이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공기 속에 섞여 있다. 그런 날, 나는 작은 초록 견과 하나를 손에 올린다.딱, 하고 껍질이 벌어지는 소리.사소하지만 분명한 시작의 소리다. 세계 피스타치오의 날은거창한 축제는 아니다.불꽃놀이도, 퍼레이드도 없다.그저 우리가 자주 무심히 집어 먹던 작은 열매를한 번쯤 가만히 바라보는 날이다. 피스타치오는 참 묘한 견과다.단단한 껍질 속에 숨겨진 연둣빛 속살은마치 겨울 속에 숨어 있는 봄 같다.겉은 거칠고 투박하지만,안을 열면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번진다. 우리는 종종 껍질만 보고 판단한다.사람도, 계절도, 하루의 기분도.그러나 피스타치오는 말없이 가르쳐 준다.조금의 수고를 들여야비로소 맛볼 수 있는..

재미난 상식 2026.02.27

🎼 가짜의 화음 끝에서

처음 우리는믿지 않는 이름을 불렀다 입술은 움직였지만마음은 침묵한 채정해진 음정 위에조심스레 발을 올려놓았다 노래는 명령이었고화음은 감시였다 서로를 의심하는 눈빛 사이로‘아멘’이 지나갔다 그러나이상하게도 노래는자꾸만 가슴을 건드렸다 연습이 반복될수록목소리는 서로를 닮아갔고억지로 맞춘 숨결이어느 순간자연스레 포개졌다 누군가의 떨림이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되고차갑던 눈빛 끝에미세한 온기가 번졌다 그날,무대 위에서 우리는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 빛은 따뜻했고손에 쥔 마이크는총보다 가벼웠다 가짜로 시작한 노래가진짜가 되는 데에는거창한 기적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멈추지 않는 화음과끝내 포기하지 않은 심장 노래는신을 향했지만결국 우리를 살렸다그리고 알게 되었다진심은처음부터 완전한 것이 아니라부르다 보면조금씩 닿아오는..

짧은시 2026.02.27

🎬 거짓으로 시작해 진심이 된 노래

— 영화 〈신의 악단〉 어쩌면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모순이었다.믿지 않는 사람들이, 믿는 척을 해야 하는 상황.체제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찬양단’.영화 **〈신의 악단〉**은 그렇게 시작된다. 국제사회의 원조를 얻기 위해 급조된 북한의 찬양단. 노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신앙은 고백이 아니라 연기다. 보위부의 통제 속에서 단원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대사는 철저히 계산되어 있다. 웃음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공간에서, 그들은 ‘하나님’을 노래해야 한다.처음의 합창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음은 맞지만 마음은 닿지 않는다.가사 한 줄 한 줄이 공허하게 허공을 맴돈다. 하지만 음악은 이상하게도 사람을 배반하지 않는다.연습을 거듭할수록 단원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서로를 감시하던 눈빛이 어느 순간, 서로를 ..

감성 노트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