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 겨울 한라산 앞에서

따뜻한 글쟁이 2026. 3. 1. 19:14

 

눈이 내리자

산은 이름을 바꾸었다

 

숲과 능선의 경계가 지워지고

굽이치던 길은

하얀 숨결 속으로 잠겼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시간이 얼음으로 맺히고

구상나무 가지 끝에서는

빛이 조용히 피어났다

 

나는 그 앞에서

말을 잊었다

 

높이를 바라보다가

내 마음의 깊이를 보았고

 

백록담 위에 흐르는 구름을 보며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풍경은

아마도

소리가 없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잠잠해지는 순간일 거라고

 

눈 덮인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으로

나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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