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자
산은 이름을 바꾸었다
숲과 능선의 경계가 지워지고
굽이치던 길은
하얀 숨결 속으로 잠겼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시간이 얼음으로 맺히고
구상나무 가지 끝에서는
빛이 조용히 피어났다
나는 그 앞에서
말을 잊었다
높이를 바라보다가
내 마음의 깊이를 보았고
백록담 위에 흐르는 구름을 보며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풍경은
아마도
소리가 없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잠잠해지는 순간일 거라고
눈 덮인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으로
나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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