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길 끝,산 너머 굽이진 계곡을 지나나는 그 마을에 닿았다. 먼지 자욱한 흙길 위로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기다렸다는 듯,그들의 입술이 먼저 피었다. 노래였다. “어서 오세요, 당신을 기다렸어요.”말보다 따뜻한 음계가구김 없는 미소처럼 퍼졌다. 아이도 노래했고,노인은 손뼉을 쳤으며,낯선 나에게그들은 색으로 말하고,몸짓으로 품었다. 정양팔채,팔색의 노래는 삶을 품은 빛이었다.붉은 건 환희,푸른 건 그리움,노란 건 축복,검은 건 지나간 슬픔. 그날,나는 무대 위 배우가 아니라관객이 아니라사람의 마음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들이 들려준 건 단순한 민속극이 아니었다.그건 공동체의 기억,마을의 숨결,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예술이란,무대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한 소절 노래,한 번의 눈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