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 7

📜 노래로 맞이한 마을

낯선 길 끝,산 너머 굽이진 계곡을 지나나는 그 마을에 닿았다. 먼지 자욱한 흙길 위로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기다렸다는 듯,그들의 입술이 먼저 피었다. 노래였다. “어서 오세요, 당신을 기다렸어요.”말보다 따뜻한 음계가구김 없는 미소처럼 퍼졌다. 아이도 노래했고,노인은 손뼉을 쳤으며,낯선 나에게그들은 색으로 말하고,몸짓으로 품었다. 정양팔채,팔색의 노래는 삶을 품은 빛이었다.붉은 건 환희,푸른 건 그리움,노란 건 축복,검은 건 지나간 슬픔. 그날,나는 무대 위 배우가 아니라관객이 아니라사람의 마음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들이 들려준 건 단순한 민속극이 아니었다.그건 공동체의 기억,마을의 숨결,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예술이란,무대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한 소절 노래,한 번의 눈맞춤..

짧은시 2025.07.09

🎭 「나는 누구의 삶을 살고 있었을까」

『헤다 가블러』를 보고 화려한 살롱의 벽지 뒤에그녀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박제된 웃음으로 사람을 맞고가느다란 불꽃을 안에서 키웠다 “그대는 자유로운가요?”누군가 물었다면그녀는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자유란, 가질 수 없는 것의 이름이었으니까종이 위의 문장은 불이 되었고그 불은 그녀의 욕망을 태우지 못한 채그저 또 하나의 잿더미가 되었다 사라지지 못한 생, 살아지지 못한 나날들피아노 선율마저 쓸쓸히 돌아서면남은 건그녀의 선택그녀의 침묵그녀의 총성헤다는 죽음을 택했지만나는 그 안에서삶의 본질을 보았다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고 있나요나는 이제 묻는다살아 있음이 곧 자유는 아님을,내가 나로 살지 않는다면 그 모든 날이 감옥이란 것을커튼은 내려왔지만나는 여전히 무대 위에 서 있다헤다의 그림자를 지나나의 목소리를 찾..

짧은시 2025.07.07

🌞 『숨이 타는 여름, 지구의 눈물』

햇살이 아닌불꽃이 내리꽂힌다창문을 열었을 뿐인데바람은 숨을 삼키고그늘조차몸을 피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말한다"에어컨 틀면 되잖아"하지만그 말은 전기요금 고지서를읽지 않은 이의 소리도시 끝,한쪽엔 여전히 선풍기마저 돌지 않는 방이 있다 콘크리트 위에 선 나무들은말이 없다이파리 끝이 타들어 가고도심의 새들은갈증 난 날개로 하늘을 밀어낸다 낮에는 볕이 고문이 되고밤에는 열이 뒤척임이 된다온몸은 땀에 젖고마음은 기후 불안이라는 이름으로끓고 있다 우리는 묻는다이 더위는 우연인가이 고통은 누구에게 더 무거운가그리고,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정말 아무것도 없는가 지구가 아프다그 말은 이제 뉴스가 아니라몸이 말하는 언어가 되었다숨이 타는 여름그 한가운데서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더위는 기온이 아니라관심의 온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짧은시 2025.07.06

🎭 《무대 위에 처음 피어난 마법》

1866년,뉴욕의 어느 극장 한켠에서우연이 모여 무대가 되었다. 불에 타버린 공연장,길을 잃은 무용수들,이야기를 잃은 극작가가한 줄기 빛을 따라 조심스레 조각을 맞췄다. 노래는 이야기를 품고,춤은 장면의 숨을 불어넣고,조명은 감정의 그림자를 그렸다.모든 것이 낯설었지만그 낯설음 속에서예술은 처음으로 노래하고 울었다. 사람들은 말했다“이건 연극도 아니고, 발레도 아니야.”그러나 그들의 심장은그 무대에서처음으로 ‘모든 것’을 느꼈다. 비웃음은 있었고,미숙함은 있었으며,그러나 무엇보다용기가 있었다. 그 한 걸음이수많은 무대의 문을 열었고그 첫 장면이오늘의 감동으로 이어졌다. 나는 생각한다.지금 이 자리에서나 역시 내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비록 불완전하고 흔들리지만,내 안의 이야기,내 안의 춤과 빛이조심스럽..

짧은시 2025.07.05

📜 『노래가 흐를 때, 마음이 피어난다』

🎵 지친 하루 끝,무심히 꽂은 이어폰 속노래 한 줄이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말보다 깊은 위로,눈보다 먼저 피어나는 기억그 속엔 웃던 너,떠난 이,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다 노래는말하지 못한 그리움을 대신 말하고건네지 못한 사랑을 대신 전하고참아내던 눈물을조용히 풀어놓는다 함께 듣던 그 곡 한 줄,지하철에서카페 한구석에서마음이 걸음을 멈추는 순간,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엄마의 부엌,아빠의 노랫가락언니와 손뼉 치며 부르던작은 거실의 콘서트그 모든 풍경이노래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어떤 날엔가사의 한 마디가내 이름처럼 들렸다"괜찮아"라는 그 말 한 줄에나는 참았던 숨을 내쉰다 혼자 듣는 노래는나를 다독이는 손이 되고함께 부르는 노래는우리를 하나로 묶는 끈이 된다 노래는 기억을 부른다눈물의 냄새,봄날의 햇살,바..

짧은시 2025.07.04

[봄레터7호] 그리움은 계절을 닮는다

보낸이: write8067받는이: 마음 한 켠에 그리움을 품고 사는 당신께「봄의 모서리에서」벚꽃이 피는 계절이면자꾸 네 생각이 난다함께 걷던 길,웃던 얼굴,아무 말 없이도 따뜻했던 그날계절이 다시 돌아왔지만그날의 너는 오지 않았다그리움은,봄처럼 매년 피어난다그리움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슬며시 바람을 타고 들어온다.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다가어디선가 들려온 음악 한 조각,눈앞에 펼쳐진 노을 한 장면에마음 한 켠이 덜컥 내려앉는다.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무언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그때의 나를 꺼내 앉히는 계절.그 사람도,그날의 나도,지금은 없지만마음속 어딘가엔 여전히 살아 있다.지나간 계절을 닮은 그리움도오늘은 잠시 꺼내 놓아도 좋을 것 같다.

카테고리 없음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