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7 2

초록 껍질을 여는 시간

2월의 끝자락은 아직 겨울이다.바람은 차고, 옷깃은 여전히 여며야 하지만어딘가 봄이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공기 속에 섞여 있다. 그런 날, 나는 작은 초록 견과 하나를 손에 올린다.딱, 하고 껍질이 벌어지는 소리.사소하지만 분명한 시작의 소리다. 세계 피스타치오의 날은거창한 축제는 아니다.불꽃놀이도, 퍼레이드도 없다.그저 우리가 자주 무심히 집어 먹던 작은 열매를한 번쯤 가만히 바라보는 날이다. 피스타치오는 참 묘한 견과다.단단한 껍질 속에 숨겨진 연둣빛 속살은마치 겨울 속에 숨어 있는 봄 같다.겉은 거칠고 투박하지만,안을 열면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번진다. 우리는 종종 껍질만 보고 판단한다.사람도, 계절도, 하루의 기분도.그러나 피스타치오는 말없이 가르쳐 준다.조금의 수고를 들여야비로소 맛볼 수 있는..

재미난 상식 2026.02.27

🎼 가짜의 화음 끝에서

처음 우리는믿지 않는 이름을 불렀다 입술은 움직였지만마음은 침묵한 채정해진 음정 위에조심스레 발을 올려놓았다 노래는 명령이었고화음은 감시였다 서로를 의심하는 눈빛 사이로‘아멘’이 지나갔다 그러나이상하게도 노래는자꾸만 가슴을 건드렸다 연습이 반복될수록목소리는 서로를 닮아갔고억지로 맞춘 숨결이어느 순간자연스레 포개졌다 누군가의 떨림이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되고차갑던 눈빛 끝에미세한 온기가 번졌다 그날,무대 위에서 우리는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 빛은 따뜻했고손에 쥔 마이크는총보다 가벼웠다 가짜로 시작한 노래가진짜가 되는 데에는거창한 기적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멈추지 않는 화음과끝내 포기하지 않은 심장 노래는신을 향했지만결국 우리를 살렸다그리고 알게 되었다진심은처음부터 완전한 것이 아니라부르다 보면조금씩 닿아오는..

짧은시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