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헤다 가블러』를 보고 난 뒤, 나는 꽤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퇴장하지 못했다. 커튼콜이 끝나고 배우들이 퇴장한 무대는 비어 있었지만, 그 공허한 무대는 오히려 헤다의 내면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화려한 사교계의 여왕이었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질식해버린 여인. 헤다 가블러는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나의 일면이자,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은 마주한 감정의 거울이었다. 입센이 1890년에 쓴 이 작품은 시대를 훨씬 앞질렀다. 여성의 자아와 사회적 억압, 결혼 제도 속의 위선과 고립, 그 안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인간의 고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연극을 보는 내내 나는 단지 '여성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고 싶으나 자유로울 수 없는 모든 존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