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미술관, 낯선 작품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가끔 길을 잃는다. 그림은 말이 없고, 나는 그 의미를 모른다. 그럴 때, 누군가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이 작품은요, 작가가 아픈 기억을 안고 떠났던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그 순간, 캔버스 속 장면이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렇게 나를 안내해준 이가, 바로 이창용 도슨트였다.이창용 도슨트의 해설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다. 마치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조심스럽다. 그의 말에는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은 미술관이라는 조용한 공간을 천천히 감싸며 관람객의 감정을 두드린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불: 시작》 전시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작가의 강렬한 이미지와 색감에 압도당했다. 그런데 이창용 도슨트는 작품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