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책상

어린이날이 되면어릴 적 내 마음 한 조각이 조용히 깨어난다.무슨 선물을 받을까 기대하며잠도 설쳤던 날들.엄마 손을 꼭 잡고 놀러 가던 길,풍선 하나에도 입꼬리가 올라갔던 순간들.그때의 나는세상이 참 커 보였고,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웃었다.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그 시절의 마음만큼은 여전히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아 있는 것 같다.그래서 오늘 하루만큼은나도 어린이처럼순수하게 기뻐하고,가볍게 설레고,소소한 것에 마음을 활짝 열어본다.

가끔은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그럴 땐 이유를 찾기보다조용히 나를 안아주는 말이 필요하다.“괜찮아.”이 말은 꼭 누군가에게 듣지 않아도 된다.내가 나에게살며시 건네도 충분한 말이다.오늘은 조금 느려도 괜찮고,마음이 흐려도 괜찮고,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세상은 늘 바쁘게 흘러가지만나는 나의 속도로 살아가기로 했다.마음이 휘청거리는 날에도나를 탓하지 않고그저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연습.그게 요즘 내가 가장 자주 하는 일이다.그래,오늘도 나는 나에게 말해본다.“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오늘은 봄바람이 참 많이 불었다.차가운 기운이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살랑살랑마음까지 가볍게 흔들었다.무심코 걷던 길가에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었고,나뭇가지 끝엔 작고 여린 초록빛이소리 없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무언가를 기다린 것도 아닌데그 풍경이마음속 어딘가를 조용히 건드렸다.문득괜찮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조금 흔들려도 괜찮을 것 같고,그 흔들림조차 나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봄은언제나 조용히 다가와내 안에 말을 걸고 간다.그 말은 늘“괜찮아, 너도 꽃처럼 다시 피어날 거야.”

예전의 나는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참 불편했다.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아 보였고그 속에서 나는 늘초라하고, 못나 보이고, 바보 같았다.그래서 나는나를 외면한 채 살아왔다.거울을 피했고,내 마음이 흘리는 소리엔 귀 기울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흘러어느 날 문득,내 안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을 때나는 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사랑받고 싶었고,조금이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랐던그 작은 마음이내 안에 조용히 주저앉아 있었다.그래서 이제는그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조금 느리더라도,조금 부족하더라도,나는 나를 더 사랑해주기로 했다.그 누구보다내가 나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오늘도 조용히내 마음의 손을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