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말하지 못한 방 하나

따뜻한 글쟁이 2026. 1. 13. 10:23

 

한 자백의 고백을 보고

 

나는 내 안에

아직 열지 못한 방 하나를 알고 있다

 

손잡이를 잡으면

괜찮다며 돌아서던 날들이

먼지처럼 쌓여 있는 방

 

영화 한 자백의 고백은

누군가의 입을 빌려

내 침묵을 불러낸다

 

자백은 용기라고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만

 

나는 안다

자백은

오래 버텨온 마음이

끝내 무너지는 소리라는 걸

 

말하지 않음으로 지켜온 것들

말하지 않음으로 잃어버린 나

나는 삶의 여러 순간에서

진실보다 평온을 택했다

 

관계가 깨질까 봐

상처가 들킬까 봐

 

아니, 사실은

내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수없이 나를 지나쳤다

 

영화 속 고백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늦은 선언 같았다

 

그 고백을 보며

나는 내 마음속 문 앞에 섰다

 

아직은 열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문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진실은 늘 늦게 온다

하지만 오지 않는 법은 없다

 

고백이란

모든 것을 끝내는 말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해

처음 내뱉는 숨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말하게 될 나를

조용히 안아본다

 

 

 

'짧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남는다》  (0) 2026.01.18
「괜찮아질 때까지 흔들리는 법」  (1) 2026.01.17
책 생각이 너무 많은 당신에게  (1) 2026.01.11
〈상처의 오류〉  (0) 2026.01.08
들으며 배우는 시간  (0)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