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를 설명한다고
오래 믿었다
아팠던 기억이
곧 나의 이름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기 전에 멈췄고
사랑하기 전에 물러났고
기대하기 전에 스스로를 접었다
하지만 상처는
진실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그날의 마음이 남긴 흔적일 뿐
내가 끝이라는 증거는 아니었다
아픔은 사실이지만
그 사실이
나의 전부를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나는 상처 때문에 약해진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사람이었다
다치지 않으려 애쓴 사람이 아니라
계속 살아보려 했던 사람이었다
상처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을 잡지 않는다
그것은
조심하라는 표식일 뿐
멈추라는 명령은 아니다
오늘도 나는
상처를 데리고 걷는다
그러나
운전석에는 앉히지 않는다
상처는 사실이지만
나는
그 이후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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