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상처의 오류〉

따뜻한 글쟁이 2026. 1. 8. 05:34

 

상처가 나를 설명한다고

오래 믿었다

 

아팠던 기억이

곧 나의 이름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기 전에 멈췄고

사랑하기 전에 물러났고

기대하기 전에 스스로를 접었다

 

하지만 상처는

진실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그날의 마음이 남긴 흔적일 뿐

내가 끝이라는 증거는 아니었다

 

아픔은 사실이지만

그 사실이

나의 전부를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나는 상처 때문에 약해진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사람이었다

 

다치지 않으려 애쓴 사람이 아니라

계속 살아보려 했던 사람이었다

 

상처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을 잡지 않는다

 

그것은

조심하라는 표식일 뿐

멈추라는 명령은 아니다

 

오늘도 나는

상처를 데리고 걷는다

 

그러나

운전석에는 앉히지 않는다

 

상처는 사실이지만

나는

그 이후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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