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퇴근 후, 양파 수프

따뜻한 글쟁이 2025. 12. 18. 23:50

 

문을 닫는 소리가

오늘의 마지막 문장 같았다

 

신발을 벗으며

나는 하루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는 걸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흘리지 못한 것들이

도마 위에서

조용히 고였다

 

불 위에 올린 냄비 속에서

양파는 천천히

자신의 모서리를 풀어놓고

나는 그 앞에서

굳이 강하지 않아도 되었다

 

누군가의 말 대신

김이 오르는 그릇 하나

그 안에 담긴 건

사랑이라기보다

오늘을 견딘 증거

 

숟가락을 들 때

비로소 알았다

위로는 설명이 아니라

따뜻한 온도라는 것을

 

눈물이 조금 났지만

속은 괜찮아졌다

이 밤을

이렇게 마셔도

괜찮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