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는 소리가
오늘의 마지막 문장 같았다
신발을 벗으며
나는 하루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는 걸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흘리지 못한 것들이
도마 위에서
조용히 고였다
불 위에 올린 냄비 속에서
양파는 천천히
자신의 모서리를 풀어놓고
나는 그 앞에서
굳이 강하지 않아도 되었다
누군가의 말 대신
김이 오르는 그릇 하나
그 안에 담긴 건
사랑이라기보다
오늘을 견딘 증거
숟가락을 들 때
비로소 알았다
위로는 설명이 아니라
따뜻한 온도라는 것을
눈물이 조금 났지만
속은 괜찮아졌다
이 밤을
이렇게 마셔도
괜찮겠다고
'짧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간을 넘어서 (6) | 2025.12.21 |
|---|---|
| ✒️ 〈말풍선이 나를 키웠다〉 (0) | 2025.12.20 |
| ❄️ 서울, 겨울에게 말을 걸다 (0) | 2025.12.13 |
| 우리는 잠시, 그러나 분명히 사랑했다 (0) | 2025.12.13 |
| 🏔️ 산이 천천히 부르는 이름 (0) | 2025.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