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서

따뜻한 글쟁이 2025. 11. 20. 10:34

 

우리 동네는

도서관이 많다.

걸어서 닿기엔 조금 멀고

전동스쿠터를 타면

꼭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금세 가까워지는 거리.

 

한때 나는

도서관을 여행하던 사람이었다.

햇볕이 가장 예쁘게 드는 창가,

숨 쉬듯 조용한 복도,

낯선 책의 첫 페이지,

그 모든 곳을

내 발걸음으로 찍으며 다녔다.

 

책 대신

이제는 목소리로 들려오는 이야기들,

오디오북 속 문장이

하루를 채워주기도 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조용한 파도처럼 흘러가는 타자 소리에

내 마음도 조금씩 정돈되곤 했다.

 

도서관은

책의 집이면서

나의 작은 사무실이 되었고,

나의 숨을 고르는

은은한 휴식처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할 일을 마치고

도서관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이어지는 공원,

떨어지는 잎 사이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나를 따라 걷는 그림자가

얇은 가을빛을 밟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의미 없이 지나간 하루를

참 많이 미워했다.

왜 나는 이럴까,

왜 아무것도 못 했을까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세우며

마음 한 구석을

차갑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양이든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천천히 걸어도 괜찮고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것을.

 

오늘 나는

내가 해낸 작은 일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도서관으로 향한 나,

공원을 지나온 나,

내 하루를 성실하게 쌓아 올린 나.

 

그 모든 나에게

나는 속삭인다.

 

“잘했어, 오늘도.

정말 잘 살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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