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도서관이 많다.
걸어서 닿기엔 조금 멀고
전동스쿠터를 타면
꼭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금세 가까워지는 거리.
한때 나는
도서관을 여행하던 사람이었다.
햇볕이 가장 예쁘게 드는 창가,
숨 쉬듯 조용한 복도,
낯선 책의 첫 페이지,
그 모든 곳을
내 발걸음으로 찍으며 다녔다.
책 대신
이제는 목소리로 들려오는 이야기들,
오디오북 속 문장이
하루를 채워주기도 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조용한 파도처럼 흘러가는 타자 소리에
내 마음도 조금씩 정돈되곤 했다.
도서관은
책의 집이면서
나의 작은 사무실이 되었고,
나의 숨을 고르는
은은한 휴식처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할 일을 마치고
도서관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이어지는 공원,
떨어지는 잎 사이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나를 따라 걷는 그림자가
얇은 가을빛을 밟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의미 없이 지나간 하루를
참 많이 미워했다.
왜 나는 이럴까,
왜 아무것도 못 했을까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세우며
마음 한 구석을
차갑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양이든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천천히 걸어도 괜찮고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것을.
오늘 나는
내가 해낸 작은 일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도서관으로 향한 나,
공원을 지나온 나,
내 하루를 성실하게 쌓아 올린 나.
그 모든 나에게
나는 속삭인다.
“잘했어, 오늘도.
정말 잘 살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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