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나무 위에 새긴 올해의 마지막 계절

따뜻한 글쟁이 2025. 11. 4. 22:27

 

오늘 복지관에서 목공예 수업이 있었다.

몇 주 동안 이어진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의 미션은 하나의 다용도 수납통 완성하기.

‘수납통’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단순한 상자가 떠오르지만,

직접 나무를 자르고, 사포로 결을 살리고, 못을 박고,

손으로 다듬어 완성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처음 이 모임에 왔을 때, 나는 그저 구경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결과’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 대화, 웃음, 서툴음,

도움까지 모두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걸 오늘 새삼 느꼈다.

 

나는 못질이 서툴다.

못을 대고 망치를 들어올릴 때마다 손이 떨리고,

못은 삐뚤어지고, 나무는 금이 갈까 조심스러웠다.

 

그때마다 옆에 있던 활동보조 친구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덮듯 도와주었다.

"여긴 내가 잡아줄게."

그 말 한마디에, 못보다 먼저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

누군가 곁에 있어 *‘같이 한다’*는 건 이런 위로구나 싶었다.

결국 한참을 들여 다듬은 수납통 하나가 내 앞에 완성되었을 때,

그건 단순한 나무 작품이 아니라 함께 만든 시간의 모양이었다.

 

수업 마지막에 강사님이 말했다.

“벌써 연말이네요, 올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정말 벌써 연말이라니.

달력을 다시 보니, 올해도 두 달이 남짓.

어릴 적엔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만 가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하루도 너무 빠르게 스쳐가 버린다.

 

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무언가를 남긴 하루’를 만들고 싶다.

그게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나무 하나를 만지며 향기를 기억하고,

함께 웃으며 못 하나를 똑바로 박는 일,

그저 손끝에 고인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일.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야말로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수납통이 아닐까.

나무로 만든 수납통은 언젠가 낡고 닳겠지만,

오늘의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서 형태를 유지할 것이다.

 

남은 올해의 시간도

이 수납통처럼, 비어 있는 칸마다

감사와 기쁨으로 천천히 채워 넣고 싶다.

시간이 빨리 가도 괜찮다.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속도가 아니라 의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