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장소를 드나들지만,
유독 마음을 데려가는 길이 있다.
오늘 내가 걸었던 길이 그랬다.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러운 길.
엄마와 형부가 잠들어 계신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은
늘 마음 한쪽을 조용히 흔들어놓는다.
그 길을 열어준 건 친구였다.
“오늘, 엄마 보러 가볼래?”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배려와 말하지 않은 위로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 고마움을 받아들였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마음의 문을 열어준 날이었다.
날씨는 예상과 달리 따뜻했다.
계절이 초겨울로 미끄러지고 있음에도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바람은 차갑지 않았고, 하늘은 고요했다.
엄마에게 가는 날은 늘 그렇다.
마치 “왔구나, 내가 기다리고 있었어” 하고 말하는 듯.
엄마 앞에서 나는 오래 묵혀둔 말을 꺼냈다.
미안함, 보고픔, 그리고 부탁.
무엇보다 언니가 다시 건강해지기를, 그 마음을 전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들리는 곳이 있다면, 바로 여기겠지.
돌아오는 길, 친구가 조심스레 꺼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죽음을 마주하니까 사람이 겸손해지네.
나도 오늘 내 삶을 돌아보게 됐어.
그냥…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순간 깨달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묻는 질문이라는 걸.
오늘 그곳에 다녀온 것은 단지 추모가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가 다시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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