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누리카드가 열어준 뜻밖의 선물 같은 시간
가끔은 아무 의도 없이 시작한 일이,
예상보다 더 마음 깊은 곳까지 흘러들어와
하루를 바꿔놓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단지 한 권의 책을 사기 위해 떠났던 길이었는데,
마음은 그 이상을 얻었다.
며칠 전부터 나는 문화누리카드로
친한 언니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사용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았고, 전화도 해보고
직접 찾아보기도 했지만 ‘결제 불가’라는 벽이 계속 나타났다.
그러다 마침내 한 곳을 찾았고… 조건은 딱 하나.
‘주문 후 수령까지 일주일이 걸립니다.’
책을 고르기도 전에 기다림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고객님, 주문하신 도서가 도착했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문자 한 줄이었지만, 꼭 작은 미션 성공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가야 할 거리는 멀었고, 장콜을 부를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나는 스쿠터를 선택했다.
몸이 움직이는 쪽으로, 바람이 있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스쿠터에 올라타는 순간,
이상하게도 “오늘은 분명 좋은 하루가 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하지만 가을볕은 그런 바람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듯했다.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북을 재생하자,
목소리가 귀를 통해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달리는 길 위에서 듣는 문장은 이상하게 더 잘 박힌다.
“마음이 뻥 뚫린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표현이구나 싶었다.
스쿠터 위에서 나는 잠깐 다른 생각도 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끝도 없지.
스쿠터 타면서도,
나중에 차 몰고 고속도로 달리면 또 얼마나 기분이 다를까?"
욕심이란 게 꼭 나쁜 건 아니구나,
오늘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욕심이 있어서 길이 생기고, 길이 생기니까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생기면 삶이 조금 더 살아난다.
서점에 도착해 책을 수령하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사소한 성공’이란 표현이 어울렸다.
작은 목적이지만, 그 목적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이뤄냈다는 기분.
그 기분이 마음의 속도를 살짝 더 가볍게 해줬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사도 쇼핑몰에 들렀다.
그냥 둘러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뜻밖에 예쁜 모자와 바지를 발견했다.
가격표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어머, 이 가격이 맞아?”
순간 내 안에서 ‘득템 알람’이 울렸고,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둘을 손에 쥐었다.
기분이 괜히 두 세 단계쯤 확 올라간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책에 이어, 모자와 바지까지. 오늘은 ‘작은 선물의 날’이 되는 듯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거리에는 버스킹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을 저녁 바람을 타고 퍼지는 음악은,
0마음을 잠시 멈춰 세우는 힘이 있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지나가며 듣고,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고,
어떤 이들은 조용히 흔들렸다.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감사했다.
“걸어다니고, 보고, 듣고, 느끼고… 이렇게 사는 게 참 고맙다.”
하지만 가을 저녁의 풍경은, 늘 그렇게 길게 머물러주지 않는다.
낮과는 다르게 공기가 금세 차가워졌다.
바람이 조금씩 서늘해지고, 손끝에도 찬기가 스며들자
나는 음악을 뒤로하고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겠지만, 혼자여도 좋을 수 있는 날.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결국 오늘의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감사함은, 거창한 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루 안에 숨어 있다.”
스쿠터 위의 바람, 책 한 권을 건네려는 마음,
우연히 만난 득템, 그리고 잠깐의 음악.
이 모든 것이 모여 ‘내 하루’를 완성했다.
나는 오늘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모든 일이 있었던 하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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