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첫 삽이 땅을 스칠 때
흙 속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드디어 네가 왔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깨어난다
수천 년의 잠
수많은 계절
모래와 돌 위에 켜켜이 쌓인
인간의 숨결이
한 줌의 빛을 향해 손을 내민다
작은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리면
그 안에
누군가의 하루가 담겨 있다
사랑했던 마음
지켜내려 했던 꿈
그리고
미래를 믿었던 눈빛
우리는 흙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어
다시 숨 쉬게 한다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손을 잡고
함께 내일로 걸어간다
시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우리의 발 밑
우리의 손끝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일 때
들려오는 따뜻한 숨결
그래서 나는 믿는다
발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유산은 돌이 아니라 사람이며
역사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살아 있는 이야기라고
언젠가 우리의 하루도
이 땅 어딘가에 남겨져
다시 발견된다면
그들도 말할 것이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살아 있었다
찬란하게, 따뜻하게.”
그 순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빛이 되어 겹쳐진다
흙 속에서 피어난 희망은
다시 우리를 앞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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