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잠들어 있던 봄의 숨결〉

따뜻한 글쟁이 2025. 10. 19. 02:01

 

조용한 새벽

첫 삽이 땅을 스칠 때

흙 속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드디어 네가 왔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깨어난다

 

수천 년의 잠

수많은 계절

모래와 돌 위에 켜켜이 쌓인

 

인간의 숨결이

한 줌의 빛을 향해 손을 내민다

 

작은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리면

그 안에

누군가의 하루가 담겨 있다

 

사랑했던 마음

지켜내려 했던 꿈

 

그리고

미래를 믿었던 눈빛

 

우리는 흙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어

다시 숨 쉬게 한다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손을 잡고

함께 내일로 걸어간다

 

시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우리의 발 밑

우리의 손끝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일 때

들려오는 따뜻한 숨결

 

그래서 나는 믿는다

발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유산은 돌이 아니라 사람이며

 

역사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살아 있는 이야기라고

 

언젠가 우리의 하루도

이 땅 어딘가에 남겨져

 

다시 발견된다면

그들도 말할 것이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살아 있었다

찬란하게, 따뜻하게.”

 

그 순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빛이 되어 겹쳐진다

 

흙 속에서 피어난 희망은

다시 우리를 앞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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