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다만 바람이 불었고
나는 그 바람에 몸을 실었을 뿐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 멀리, 나를 기다리는 계절이 있다는 것을
밤하늘은 차갑고
별빛은 너무 멀었지만
가끔은 구름이 품이 되어 주었고
낯선 나무 한 그루가
잠시 머물 쉼터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배웠다
세상은 두려움보다
작은 친절로 더 많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길 위에서 수없이 흔들렸지만
흔들렸기에 방향을 알 수 있었고
멈추고 싶을 만큼 고단했지만
멈추지 않았기에
나는 결국 하늘을 건너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늘은 단지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모든 선택들 위에도
조용히 펼쳐져 있다는 것을
언젠가 누군가 내게 묻겠지
왜 그 먼 길을 떠났냐고
그때 나는 미소 지으며 말하겠다
“돌아오기 위해서였다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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