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다리에 힘이 그래도 있어서 잘 걸어 다녔다.
느리지만 두 발로 이동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요즘의 나는 전동스쿠터에 올라탄다.
이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건이라기보다,
조금씩 몸이 알려준 신호에 가까웠다.
가끔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괜히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그때 운동을 더 열심히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애썼다면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은 늘 지나간 몸을 기준으로
현재의 나를 평가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도 운동을 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못할 뿐이다.
몸은 분명히 변했는데,
마음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더 어렵다.
전동스쿠터에 의지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안도보다도 복잡함이었다.
편해졌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마치 무엇인가를 포기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 지나지 않아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동스쿠터는 나에게
포기가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
계속해서 이동하고,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내가 고른 하나의 방법이었다.
두 발로 걷지 못한다고 해서
삶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이 선택을 통해
내 몸을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대신,
지금의 몸으로 가능한 방식을 찾는 일.
그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몸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그 속도를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내가 더 노력하지 못해서’라는 말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의지와 노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은 몸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어제보다 나아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으려 애쓴다.
지금의 몸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속도로.
전동스쿠터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내가 여전히
이 삶 안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나는 오늘도
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또 하나의 선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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