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시경 25주년 콘서트를 보며
설날 특집 방송으로 우연히 마주한 ‘성시경 콘서트’.
며칠 전부터 예고를 보며 기다렸던 터라,
그 시간만큼은 다른 약속도 미뤄두고 TV 앞에 앉았다.
좋아하는 노래가 너무 많아 한 곡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한 곡, 한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어느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첫사랑의 설렘이 있었고, 이별 뒤 혼자 걷던 밤길이 있었으며,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지던 날도 떠올랐다.
노래는 참 신기하다.
몇 마디 멜로디만으로도 잊고 지냈던 감정과 기억을 고스란히 데려오니까.
무대 위의 성시경은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단단하고 깊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긴 결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열정은 식지 않았고,
노래를 대하는 진심은 오히려 더 또렷해 보였다.
그 모습이 참 고마웠다.
누군가는 25년 동안 한결같이 노래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노래 가사 속에는 우리의 마음과 인생사가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괜히 부리던 투정,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향한 그리움까지.
때로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때로는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려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그 모든 순간에 우리는 노래를 빌려 마음을 대신 전한다.
설날이라는 특별한 날에 가족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노래를 듣고 있다는 것도 묘한 감동이었다.
세대는 달라도, 추억은 달라도,
좋은 노래 앞에서는 모두가 잠시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음악은 시간을 이어주고, 사람을 이어준다.
이번 콘서트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도 이렇게 오래도록 지켜온 무언가가 있을까.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노래 한 곡이 건네는 위로처럼.
설날 밤, TV 속에서 흘러나온 한 사람의 목소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시간에 대한 인사이자,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겠다는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믿으며,
또 한 번 그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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