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엄마,
오늘 나는 영화를 한 편 보다가
자꾸만 엄마를 떠올렸어.
왕도 나오고, 화려한 무대도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장면 뒤에
엄마가 조용히 서 있는 것 같았어.
영화 속에는
왕의 곁에서 춤을 추는 한 남자가 나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
박수가 쏟아지는 자리에서
그는 누구보다 빛나 보여.
그런데 엄마,
나는 그 빛보다
박수가 멎은 뒤의 그의 얼굴이 더 오래 남았어.
그 표정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
괜히 마음이 아팠어.
엄마는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지.
잘했을 때보다
힘들어할 때 더 오래 바라봐 주던 사람.
괜찮냐는 말보다
손을 먼저 내밀던 사람.
어릴 때
밤에 머리가 아파 잠들지 못하던 날들이 있었잖아.
그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주었지.
그 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나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해.
그 손은
“잘해야 해”라고 말하지 않았고
“남들처럼 해야 해”라고 재촉하지도 않았어.
그저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어.
영화 속 왕의 손은
사람을 살리는 손이 아니었어.
인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더 깊이 묶어 두는 손이었지.
그 손 아래에서
예술은 화려해졌지만
사람은 점점 숨 쉬기 어려워졌어.
그걸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났어.
엄마는
내가 빛나지 않아도
나를 놓아주던 사람이었으니까.
엄마,
나는 요즘 글을 써.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고,
가끔은 나 자신도
이 글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를 불러.
그리고 그 손을 떠올려.
내 머리 위에 얹혀 있던
그 말 없는 위로.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내 글을 어떻게 보셨을까.
아마도
잘 썼다고 크게 말하지는 않았겠지.
그 대신
“오늘은 좀 쉬어”
“힘들면 그만해도 돼”
그런 말을 먼저 했을 것 같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엄마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공연도,
좋은 풍경도,
이렇게 조심조심 써 내려간 문장들도.
영화 속 남자는
끝내 왕의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해.
박수 속에서 시작한 춤이
고독 속에서 끝나.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말했어.
“엄마, 이 사람은 너무 혼자야.”
엄마,
나는 아직도 완벽하게 살지 못해.
자주 흔들리고,
자주 멈춰 서고,
가끔은 내가 잘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아.
나는 아직도
엄마가 남겨준 리듬으로 살고 있다는 걸.
누군가의 시선을 향한 춤이 아니라
엄마가 허락해준 속도로
조금 느리게,
조금 서툴게.
엄마는 내 글을 보지 못했고
내 춤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오늘도
엄마의 손을 기억하며 살아.
그것이면
아직은 괜찮다고,
오늘도 버텨도 된다고
엄마가 말해주는 것 같아서.
엄마,
보고 싶어.
그리고
여전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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