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복합터미널에서 만난 작은 쉼표

따뜻한 글쟁이 2026. 2. 18. 23:19

 

오랜만에 복합터미널에 다녀왔다.

그곳은 한때 나만의 아지트처럼 자주 찾던 공간이었다.

영풍문고가 있고, 이마트가 있고,

CGV까지 한 건물 안에 모여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던 곳.

예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르던 장소였는데,

한동안 발길이 뜸하다가 문득 다시 찾게 되었다.

 

겸사겸사 다리 운동도 할 생각으로 층층이

천천히 걸으며 구경을 했다.

오랜만에 찾은 공간은 낯설기보다 반가웠다.

익숙한 장소가 주는 편안함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과도 비슷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역시 서점이었다.

나는 평소 책을 읽기보다 오디오북으로 듣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그곳에 가면 꼭 초등 월간 시사 잡지를 펼쳐 보게 된다.

처음엔 ‘초등학생용’이라는 생각에 조금 가볍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 안에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맑은 시선이 담겨 있었다.

 

쉽고 간결한 문장 속에는 어른들이 잊고

지낸 질문과 통찰이 숨어 있었고,

읽을수록 배울 것이 많아졌다.

 

그 순간 나는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자세가 배움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요즘 서점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책장을 넘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이상하게도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롭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책 몇 장을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이 깊이 채워진 하루를 보냈다.

화려한 일이 있었던 것도,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책 사이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냈을 뿐인데,

그 순간이 하루를 빛나게 만들었다.

 

어쩌면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평범한 시간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 공간에 머물 수 있었던 것에 조용히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