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맛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이미지였다

따뜻한 글쟁이 2026. 2. 5. 12:35

 

두바이 초콜릿 바를 처음 알게 된 건 입이 아니라 화면을 통해서였다.

금빛 장식, 피스타치오의 초록, ‘두바이’라는 지명이 주는 부의 상징.

초콜릿은 아직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충분히 달아 있었다.

 

막상 포장을 뜯는 순간,

초콜릿은 생각보다 평범한 형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삭한 식감, 진한 단맛, 고소함. 분명 맛은 있었다.

그러나 그 맛이 ‘두바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과연 이토록 화제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요즘 음식을 먹기 전에 이야기를 소비한다.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비싼지, 누가 먼저 먹었는지.

두바이 초콜릿 바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초콜릿 한 조각에 중동의 부와 글로벌 트렌드,

SNS 인증 욕망이 겹겹이 발라져 있다.

 

그래서 이 초콜릿은 배보다 눈을 먼저 채운다.

혀보다 먼저 자극받는 건

‘나도 저 세계에 잠시 발을 들였다는 느낌’이다.

맛은 기억에서 흐려져도, 인증샷은 남는다.

 

두바이 초콜릿 바를 먹으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건 달콤함일까,

아니면 달콤해 보이는 삶의 한 장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