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를 조금 느리게 살았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고, 마음은 그제야 따라왔다.
예전 같았으면 스스로를 다그쳤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이만큼 해낸 나를,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느린 사람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남들은 이미 저만큼 가 있는데
나는 아직 여기 서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설명하고 싶어진다.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왜 쉬어야 하는지.
하지만 오늘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 삶이 나에게 맞다고,
그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문득 내가 가장 엄격한 사람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괜찮다는 말을 너무 쉽게 했고,
아프다는 말은 늘 뒤로 미뤘다.
강해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나를 지키는 힘이라는 걸.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보게 된다.
대충 넘기지 않고,
마음을 건너뛰지 않고,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요구하는 일.
그렇게 나를 대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아픈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들,
기다림과 설명과 침묵들.
한때는 그 기억들이 나를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 여기 앉아 있다.
상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왔다는 기록이었다.
요즘은 나를 있는 그대로 두는 사람들 곁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 안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나 자신으로 돌아온다.
관계가 나의 자존을 키운다는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선택이 언제나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내가 나에게 지는 책임이라고 믿는다.
잠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같이 가자고.
느려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오늘의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이 마음이
아마도 내가 가진 자존의 전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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