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늘 소리 없이 온다.
떠들썩한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나면
시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간다.
그래서일까.
2026년은 “시작”이라기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느낌에 가깝다.
새 달력의 첫 장은 유난히 하얗다.
아직 아무 말도 적히지 않은 날들.
기대와 불안, 다짐과 망설임이
겹겹이 포개진 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빈칸 앞에서
이번만큼은 크게 약속하지 않기로 했다.
잘 살아야겠다는 말 대신
덜 아프게 살겠다고,
조금 덜 흔들리겠다고.
누군가의 속도에 나를 맞추느라
나를 잃지 않겠다고.
2026년의 하루하루는
아마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출근길의 공기, 반복되는 일,
무심히 지나가는 저녁.
하지만 같은 하루 속에서도
마음을 두는 자리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것,
괜찮지 않은 날을 괜찮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미 없다고 부르지 않는 것.
나는 그런 선택들이
조금씩 나를 살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새해는 나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잠깐의 틈을 줄 뿐이다.
2026년은 그 틈이
조금 더 길고 따뜻했으면 한다.
숨을 고를 수 있는 만큼,
나를 다시 부를 수 있을 만큼.
아마 또 흔들릴 것이다.
계획은 어긋나고
마음은 자주 늦어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시간은 언제나
기다리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2026년의 끝에서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잘 해냈다”가 아니라
“잘 버텼다”도 아니라
“그럭저럭, 나답게 살았다”고.
그 정도면,
새해로는 충분하다.
'감성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존에 대하여 (0) | 2026.01.02 |
|---|---|
| 선의는 태도가 된다 (0) | 2026.01.01 |
| ✨ 가장 오래 함께할 나에게 (0) | 2025.12.28 |
| 지하상가에서 받은 연말 인사 한마디 (0) | 2025.12.28 |
|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일에 대하여 (3) | 202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