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2026년의 문턱에서

따뜻한 글쟁이 2026. 1. 1. 10:58

 

새해는 늘 소리 없이 온다.

떠들썩한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나면

시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간다.

 

그래서일까.

2026년은 “시작”이라기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느낌에 가깝다.

 

새 달력의 첫 장은 유난히 하얗다.

아직 아무 말도 적히지 않은 날들.

 

기대와 불안, 다짐과 망설임이

겹겹이 포개진 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빈칸 앞에서

이번만큼은 크게 약속하지 않기로 했다.

 

잘 살아야겠다는 말 대신

덜 아프게 살겠다고,

 

조금 덜 흔들리겠다고.

누군가의 속도에 나를 맞추느라

나를 잃지 않겠다고.

 

2026년의 하루하루는

아마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출근길의 공기, 반복되는 일,

무심히 지나가는 저녁.

하지만 같은 하루 속에서도

마음을 두는 자리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것,

괜찮지 않은 날을 괜찮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미 없다고 부르지 않는 것.

 

나는 그런 선택들이

조금씩 나를 살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새해는 나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잠깐의 틈을 줄 뿐이다.

 

2026년은 그 틈이

조금 더 길고 따뜻했으면 한다.

 

숨을 고를 수 있는 만큼,

나를 다시 부를 수 있을 만큼.

 

아마 또 흔들릴 것이다.

계획은 어긋나고

마음은 자주 늦어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시간은 언제나

기다리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2026년의 끝에서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잘 해냈다”가 아니라

“잘 버텼다”도 아니라

“그럭저럭, 나답게 살았다”고.

그 정도면,

새해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