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할 수 있는 만큼, 잇몸에게 건네는 마음

따뜻한 글쟁이 2026. 1. 4. 12:50

 

치과 치료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달 전부터 다시 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잇몸이 많이 부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다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 앞에서 마음이 먼저 지쳐버렸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잇몸이 자주 붓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유독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약을 오래 복용하면

잇몸도 약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떠올리니, 이건 단순히 치아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몸 전체가 보내는 작은 구조 신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쉬어 달라’, ‘조금 더 돌봐 달라’는 말처럼.

 

사실 나는 손이 자유롭지 않아 양치질을

아주 꼼꼼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걸 아시는지 원장님께서는 갈 때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양치질을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라서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말한다.

‘저도 나름대로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잇몸에서 피가 나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도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최선이 늘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이 조심스러워진다.

 

고민 끝에 작은 결심을 했다.

꼼꼼하게 하지 못한다면,

횟수라도 늘려보자고.

먹을 때마다 양치질을 하기로 했다.

 

한 번 한 번은 서툴 수 있어도,

그 마음만큼은 성실하게 담아보기로 했다.

‘이 정도라도 괜찮아’ 하고 나 자신에게 허락을 주면서.

 

그렇게 며칠, 며칠이 쌓였다.

그리고 어제, 다시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였다.

 

원장님께서 치아 상태가 예전보다 좋아졌고,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별것 아닌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마음 깊숙이 닿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 같아서,

괜히 가슴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해온 시간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 같아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방식으로, 나를 돌보는 일.

 

그날 오후는 그런 생각 덕분에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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