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달 전부터 다시 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잇몸이 많이 부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다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 앞에서 마음이 먼저 지쳐버렸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잇몸이 자주 붓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유독 몸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약을 오래 복용하면
잇몸도 약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떠올리니, 이건 단순히 치아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몸 전체가 보내는 작은 구조 신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쉬어 달라’, ‘조금 더 돌봐 달라’는 말처럼.
사실 나는 손이 자유롭지 않아 양치질을
아주 꼼꼼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걸 아시는지 원장님께서는 갈 때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양치질을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라서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말한다.
‘저도 나름대로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잇몸에서 피가 나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도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최선이 늘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이 조심스러워진다.
고민 끝에 작은 결심을 했다.
꼼꼼하게 하지 못한다면,
횟수라도 늘려보자고.
먹을 때마다 양치질을 하기로 했다.
한 번 한 번은 서툴 수 있어도,
그 마음만큼은 성실하게 담아보기로 했다.
‘이 정도라도 괜찮아’ 하고 나 자신에게 허락을 주면서.
그렇게 며칠, 며칠이 쌓였다.
그리고 어제, 다시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였다.
원장님께서 치아 상태가 예전보다 좋아졌고,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별것 아닌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마음 깊숙이 닿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 같아서,
괜히 가슴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해온 시간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 같아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방식으로, 나를 돌보는 일.
그날 오후는 그런 생각 덕분에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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