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시간을 넘어서, 마음에 남은 장면들

따뜻한 글쟁이 2025. 12. 22. 11:55

 

뮤지컬 〈시간을 넘어서〉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막이 오르고 무대 위 인물들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작품이 넘어서고자 한 것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건너지 못하는 기억과 후회,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늘 과거를 떠올리며 산다.

그때 왜 그러지 못했을까,

조금만 달랐다면 어땠을까.

 

뮤지컬 속 인물들 역시 각자의 시간에 갇혀 있었다.

사랑을 놓친 사람,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

말하지 못한 진심을 가슴에 묻은 사람.

 

그들의 이야기는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마음을 세게 두드렸다.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감정은 더 또렷했다.

 

배우의 표정 하나, 숨 고르는 박자,

조명 아래에서 흔들리는 그림자까지도

모두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특히 노래가 시작될 때마다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고,

인물의 기억이 관객의 기억과 맞닿는 순간이 반복됐다.

 

나는 어느새 공연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을 함께 걷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작품이 가장 오래 남긴 질문은 이것이었다.

“만약 시간을 넘을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이 뮤지컬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태도는 바꿀 수 있다고.

 

공연이 끝나고 객석의 불이 켜졌을 때,

나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일어났다.

 

과거의 아픔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껴안는 방식은 달라진 느낌이었다.

 

어떤 기억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보내줘야 할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시간을 넘어서〉는 나에게 위로를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대신 노래와 침묵 사이에서 조용히 등을 내밀어 주었다.

“괜찮아, 너만 그런 게 아니야.”

 

그 한마디를 듣고 돌아오는 길,

나의 시간도 아주 조금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가 예술을 만나는 이유는 이것 아닐까.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기 위해서.

 

그 밤, 나는 분명 시간을 넘었다.

과거를 건너 현재로,

그리고 다시 내 삶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