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기대어 보았던 밤
유튜브 영상 하나가
그날의 마음을 조금 흔들어 놓았다.
“문화누리카드, 편의점에서도 됩니다.”
그 말은 사실이라기보다
가능성처럼 들렸다.
지금의 나에게는
가능하다는 말 자체가
작은 위로가 되는 날들이 있으니까.
편의점 불빛은 늘 따뜻하다.
밤에도 열려 있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그곳에서 문화누리카드가 된다면
삶이 아주 조금은 덜 팍팍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한 번쯤 믿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내미는 순간,
현실은 늘 그렇듯
조용하고 단정하게 선을 긋는다.
“안 됩니다.”
그 말은 차갑지도, 무례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왜 나는 그 말 하나에
이렇게 실망했을까.
카드가 안 돼서가 아니라
‘혹시나’ 했던 마음이
부서졌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문화누리카드는
원래 편의점을 위한 카드가 아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잠시 다른 세계로 건너가 보라고
건네진 카드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마음은 그날만큼은
조금 쉬운 위로를 원했던 것 같다.
유튜브 속 짧은 영상은
예외를 일반처럼 말한다.
아주 드문 가능성을
누구나의 오늘처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기대하고, 믿고,
그리고 혼자서 실망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걸어본다.
편의점 대신 서점으로,
라면 진열대 대신
책등이 빽빽한 서가 앞으로.
카드가 되는 곳에서
마음을 쓰는 연습을 한다.
문화누리카드는
배를 채우는 카드가 아니라
마음을 데우는 카드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니 이 카드는
조금 느리게,
조금 조심스럽게 써도 괜찮다.
가능하다는 말에
잠시 기대어 보았던 밤도
지금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기억이다.
기대했다는 건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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