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숲속,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마주친 미술관 하나.
이곳의 이름은 ‘뮤지엄 산(SAN)’.
처음엔 ‘산’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직접 그곳을 걷고 나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자연, 예술,
그리고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설명이 없어도,
이름표가 없어도 작품은 거기 존재했고,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특히 예약이 필수인 제임스 터렐관은 압도적이었다.
어둠 속에서 차오르는 빛의 움직임은 시각이 아닌 감각으로 다가왔다.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기분.
나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빛은 그 어떤 말보다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조각상 하나. 안도 다다오의 작품인 ‘청춘’.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청춘이란 단어는 꼭 젊음만을 뜻하지 않았다.
아직 꿈꾸는 마음, 아직 도전하고 싶은 열망,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
그것이 바로 내가 느낀 청춘이었다.
뮤지엄 산은 단순히 미술관이 아니다.
그곳은 "예술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공간" 이었다.
내 안의 침묵과 마주하고,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는 곳.
그래서 그곳은 여행지가 아니라, ‘기억지’가 되었다.
나는 그 산에서 내 청춘과 다시 악수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장면을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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