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 「그물 너머, 버려진 생명」

따뜻한 글쟁이 2025. 7. 11. 11:28

 

배를 띄운다

어둠보다 먼저 일어나는 파도 위로

우리는 오늘도 생명을 건져 올린다

 

찬물 속에서도 살아남은 고동치는 심장들을

두 손 가득 안고 돌아온다

 

그러나

그물은 무겁고, 통보는 가볍다

“쿼터를 넘었습니다. 폐기하셔야 합니다.”

 

말 한 마디가,

바다보다 차갑다

고기는 싱싱했으나

법은 딱딱했다

 

노동은 살아 있었지만

제도는 귀를 닫았다

 

풍요가 재앙이 되는 순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그저 버리라고만 말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삶이었다

 

그 한 마리 한 마리

바람 속에 떠밀려온 꿈이었고

온몸으로 견뎌낸 아버지의 땀방울이었다

 

폐기되지 않은 건

고기만이 아니다

희망도, 신뢰도

그와 함께

차디찬 철제통에 눕는다

 

제도는 숫자를 지키고

우리는 사람을 잃는다

 

잡을 수는 있어도

팔 수 없는 생명이라면

그물은 무엇을 위해

던져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