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때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지친 하루 끝, 무심코 이어폰을 귀에 꽂았을 때,
마음 구석 어딘가에 고이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선율을 따라 조용히 떠오른다.
눈을 감으면, 멀리 흘러간 기억과 그날의 햇살, 함께 웃던 사람들,
그리고 나의 이야기까지 천천히 흐른다.
그렇게 노래는 하나의 풍경이 되어 내 마음에 다시 피어난다.
노래는 언제나 내 삶의 배경이었다.
유년 시절, 엄마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를 따라 흥얼거리던 부엌.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나지막이 부르던 정겨운 민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가요 프로그램을 보며 언니와 함께 춤을 추던 거실.
노래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단지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니었다.
우리의 시간, 감정, 관계, 기억 그 자체였다.
내가 노래의 의미를 깊이 느끼기 시작한 건,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후부터다.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는 마음을 안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한 가사의 문장이 귀를 때렸다.
“괜찮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나를 안아주는 너의 노래.” 순간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누가 내 이야기를 쓴 것 같았고,
그 노래는 누군가 건넨 다정한 위로처럼 내 마음을 감싸 안았다.
말로 듣지 않아도, 단 한 줄의 가사가 나를 살게 했다.
노래는 말로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말해준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할 때,
혹은 그리움에 말을 삼켜야 할 때,
우리는 노래를 건넨다.
“이 노래 들어봐. 네 생각이 났어.”라는
말 한마디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노래는 대화가 되고, 고백이 되며, 추억이 되고,
나아가 하나의 관계가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함께 들었던 노래는 그 사람의 냄새를 품는다.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은 그 노래 속에 묻어난다.
언젠가 지나간 연인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
친구와 여행가며 흥얼거렸던 노래,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우리는 단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순간 속을 걷는다.
그 시절의 햇빛, 바람, 마음까지도 함께 떠오른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멈춰 선 순간이 있다.
길거리에서, 마트에서, 혹은 카페 한켠에서.
오래전 유행했던 한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걸음을 멈춘다.
어딘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마치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 것처럼.
그 노래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의 나를 다시 불러낸다.
그 순간,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타임머신이 된다.
나를 지나간 시간으로 데려다주는,
따뜻하고도 애틋한 기억의 열쇠 말이다.
노래는 우리가 무너져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다.
몸도 마음도 지친 날,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나는 조용히 노래를 틀었다.
이상하게도 가수의 목소리는 나보다 먼저 울고,
나보다 더 슬퍼하며, 나보다 먼저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그 한 줄 한 줄이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아,
그날의 상처는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다음 날은 조금 더 나아졌다.
음악은 또한 함께 부를 때 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노래방에서, 교회에서, 운동회에서,
공연장에서 우리는 함께 목소리를 높인다.
그 순간의 노래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된다.
하나의 리듬으로 연결된 우리는 그 속에서 ‘공감’이라는 것을 배우고,
‘연대’라는 힘을 느낀다.
마음을 모은다는 건 때로 이렇게 간단하고도 깊은 경험이다.
노래는 기억을 확장시키는 힘이 있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냄새와 장소가 함께 떠오른다.
커피 향, 가을바람, 햇살, 비 내리는 창밖,
오래된 필름 카메라의 셔터 소리 같은 풍경들.
노래는 나에게 단지 소리만이 아닌, 감각 그 자체다.
그래서 어떤 노래는 한 권의 시집 같고,
어떤 노래는 풍경화처럼 선명하다.
또한, 음악은 치유가 된다.
음악 치료사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이 노래가 우리의 뇌파, 감정,
신체 반응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음악의 진동을 느끼며
반응하고, 때로는 고통을 잠재운다
.
요즘 나는 '치유'라는 말이 꼭 약이나 병원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나에게는 노래가, 그 자체로 약이자 쉼표다.
음악은 시대를 말하고,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저항의 노래, 시대의 분노를 담은 가사,
청춘의 방황을 토로하는 랩,
꿈을 노래하는 발라드.
우리는 그 시대의 사람들과 마음을 연결하며,
음악이라는 매개로 연대한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어떤 시대든 음악은 존재해왔다.
그건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감정 표현의 도구이며,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노래란, 삶을 살아내게 하는 숨 같은 것이다.
고요한 새벽에도, 벅찬 오후에도, 저무는 해 질 녘에도,
나는 늘 음악을 듣는다.
어떤 날은 웃으며, 어떤 날은 눈물 흘리며,
그리고 어떤 날은 그냥 고요히 감상하며.
그렇게 노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무리하며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사람들의 말소리, 바람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뉴스 소리…
그중에서 유일하게 ‘내
나는 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 노래 마음을 채우는 소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노래일 것이다.
한 곡을 듣는다.
그 안에는 내가 있고, 우리가 있고,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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