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퍼 국립공원에서는
말이 먼저 사라진다
남아 있는 것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과
천천히 식어가는 시간뿐
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나는 그 아래에서
이유 없이 작아진다
말린 호수에 닿으면
모든 것이 한 번 더 고요해진다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지나온 날들의 잔상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가도
이내 멀어지는 것들
밤이 오면
제스퍼 다크 스카이 페스티벌의 이유처럼
하늘은 스스로를 열어 보인다
별들은
지금의 빛이 아니라
오래전에서 도착한 시간
나는 그 아래 서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대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묻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무언가를 잃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조용히 존재하는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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