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 오래 머무는 빛

따뜻한 글쟁이 2026. 5. 4. 13:52

 

제스퍼 국립공원에서는

말이 먼저 사라진다

 

남아 있는 것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과

천천히 식어가는 시간뿐

 

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나는 그 아래에서

이유 없이 작아진다

 

말린 호수에 닿으면

모든 것이 한 번 더 고요해진다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지나온 날들의 잔상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가도

이내 멀어지는 것들

 

밤이 오면

제스퍼 다크 스카이 페스티벌의 이유처럼

하늘은 스스로를 열어 보인다

 

별들은

지금의 빛이 아니라

오래전에서 도착한 시간

 

나는 그 아래 서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대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묻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무언가를 잃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조용히 존재하는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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