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가끔, 너무 뜨겁다.
나는 그것을 병원에서 배웠다.
처음 응급실에 실려 갔던 날,
나는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통제할 수 없었고,
그저 누워서 누군가의 손에 맡겨진 채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날 이후로 몇 번의 응급실을 더 오갔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었고,
의사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왜 나일까’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내 자리에서 묵묵히 버텨왔다.
그런데도 왜
이런 시간을 겪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밤이 되면 통증은 더 또렷해졌다.
특히 두통이 심해지는 날이면
눈을 감는 것조차 힘들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내 몸의 신호를 하나하나 느끼며
잠들지 못한 채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프다고 말하면
엄마는 말없이 내 머리에 손을 얹어주었다.
그 손은 따뜻했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면
아픔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손길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해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손은 더 이상 나를 향해 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플 때마다
조금 더 깊이 외로워졌다.
『인생을 요리하는 사람들』을 읽던 날,
나는 그동안의 내 시간을 처음으로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책 속의 사람들은
요리를 하듯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실패를 숨기지 않았고,
아픔을 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시간을
자신의 삶에 녹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시간을 버려야 할 것으로만 생각해왔구나.’
아프고, 멈춰 있고,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 같았던 시간들.
나는 그것들을
‘잘못된 시간’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재료를 손질하는 시간,
불 위에 올려두고 기다리는 시간,
끓어오르기를 참고 지켜보는 시간.
그 시간들이 있어야
비로소 한 끼의 음식이 완성된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의 이 시간도
어쩌면
나를 위한 어떤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며칠 전,
호수 옆에서 벚꽃을 보았다.
사람들이 많았다.
연인들이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차들은 느린 속도로 그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 풍경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아직 이 안에 있구나.’
나는 여전히
이 계절 안에 있었고,
이 삶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공연장에 갔다.
몸이 좋지 않아
여러 번 망설였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예술의전당을 자주 찾았던 사람이었다.
공연을 보고,
그 여운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시간이
참 좋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녁에 나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고,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게 되었다.
그날 공연장에 앉아
조명이 켜지는 순간,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그 공간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지던 순간.
나는 느꼈다.
‘아, 나 아직 살아 있구나.’
그 깨달음은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스쿠터를 타고 오는 길이
조금은 걱정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평온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다시
내가 좋아하던 시간을 살아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
『인생을 요리하는 사람들』은
내게 말해주었다.
삶은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완성해가는 것이라고.
빨리 끓일 필요도 없고,
완벽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가이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불안한 날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시간들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물은
내 삶의 간이 되고,
아픔은
나를 더 깊게 만드는 재료가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조금 느리게,
조금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나는 지금
나를 끓이고 있다.
언젠가
이 모든 시간이 모여
따뜻한 한 끼처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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