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 설계도 위에 흐르는 별빛

따뜻한 글쟁이 2026. 3. 5. 23:50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필선 위에서 자란다

 

누군가 새벽의 작업대에 앉아

하얀 종이 위에

강을 건너는 다리를 그리고

바다를 가르는 배를 세운다

 

철은 차갑지만

그 안에는 체온이 있다

 

프랑스의 에펠탑이

하늘을 찌르던 날,

사람들은 놀라움으로 고개를 들었고

 

사막의 모래바람 속

부르즈 할리파는

구름을 붙잡으며

인간의 욕망을 수직으로 세웠다

 

그리고 바다 위에 놓인

인천대교는

물결의 흔들림을 견디며

섬과 땅 사이에

한 줄의 믿음을 이었다

 

엔지니어링은

거대한 기계의 이름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주는 마음의 기술

 

어둠이 오면

도시는 빛을 켜고

비가 오면

배수로는 조용히 물을 흘려보낸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볼트 하나, 계산 하나가

사람들의 하루를 지킨다

 

지구는 지금

열이 오르고

바다는 조금씩 높아지지만

 

누군가는 또

바람을 계산하고

햇빛을 모으고

물의 흐름을 바꾼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세상을 받치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돌과 철을 쌓는 일이 아니라

 

내일을 미리 생각하는

가장 인간적인 상상력

 

오늘도 어딘가에서

설계도 위로

별빛이 한 줄 그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선을 따라

세상은

다시 한 번

조용히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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