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숫자가 사라지는 동안

따뜻한 글쟁이 2026. 3. 3. 19:28

 

엄마가 차려 준 밥을 먹을 때

벽에 걸린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었다

 

숫자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남은 시간

 

국 한 그릇에

엄마의 체온이 담겨 있었다

소고기무국 위로

하얀 김이 피어오를 때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내가 아플 때마다

죽을 끓여 주던 손

갈비찜을 건네던 눈빛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다

 

엄마도 암

아들도 암

절망은

우리보다 먼저 울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빛이 들어왔다

 

숫자는 사라졌지만

사랑은 남았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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