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엄마의 손이 남긴 리듬

따뜻한 글쟁이 2026. 2. 12. 13:10

 

— 왕과 춤추는 남자를 보고

 

엄마,

영화 속에서

왕은 태양처럼 빛났고

한 남자는

그 빛을 따라 춤을 췄어

 

사람들은 박수를 쳤지만

나는

박수가 멎은 뒤의

그 사람의 숨을 보았어

 

너무 혼자였어

 

엄마라면

저 사람을

그렇게 두지 않았을 텐데

 

엄마는

내가 잘했을 때보다

아플 때 더 오래 보던 사람이었지

말보다 먼저

손을 얹던 사람

 

밤마다

깨진 리듬으로 울던 내 머리 위에

조용히 내려앉던

그 온기

 

“괜찮다”는 말이

손의 온도로 먼저 도착하던 밤

 

왕의 손은

사람을 빛나게 했지만

엄마의 손은

사람을 살게 했어

 

나는 지금도

누군가의 시선을 향해

춤추려 할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몸이 먼저 지쳐

 

그러면

나는 엄마를 불러

그 손을 기억해

 

엄마,

나는 아직

완벽한 춤을 추지 못해

자주 박자를 놓치고

자주 멈춰

 

그래도

이건 알아

 

나는 여전히

엄마가 남긴 리듬으로

살고 있다는 것

 

보여주지 못한 공연도

읽히지 못한 문장도

다 괜찮아

 

엄마는

보지 않아도

알아주던 사람이니까

 

오늘도 나는

박수 없는 무대에서

조금 느리게 움직여

 

엄마의 손이

아직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짧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사랑, 통역 되나요  (0) 2026.02.19
조용한 회복  (0) 2026.02.14
🌙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  (0) 2026.02.11
잠시 다른 속도로 흐르던 사람들  (0) 2026.02.09
의자를 내어주는 서점  (0)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