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물과 땅 사이〉

따뜻한 글쟁이 2026. 2. 4. 11:16

 

물도 아니고

땅도 아니라는 이유로

습지는 늘 뒤로 밀려났다

 

발이 젖는다는 이유로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 자리를

빈칸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곳에는

쉬어 가는 날개의 숨결이 있고

태어나는 생명의 첫 울음이 있었다

 

습지는 말이 없었다

대신 물을 품고

오염을 걸러

홍수 앞에 몸을 내주었다

 

기후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버텨 준 곳도

이름 없이 남아 있던

그 습지였다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깨닫는다

지켜 주던 것이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오늘,

물과 땅 사이에서

습지가 우리를 바라본다

이제는

누가 누구를 지킬 차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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