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를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시계를 한 번 내려놓고 싶어진다.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얼마나 아꼈는지를 따지던 손이 멈추고
대신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이 책은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가 언제부터 시간을 살지 않고
소비하기 시작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모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바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침묵을 함께 견디고,
말보다 마음이 먼저 도착하도록 기다린다.
우리는 흔히 듣는 일을 쉬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중간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하고,
내 경험으로 덮어주고 싶은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모는 그 용기를 가진 아이였다.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끼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대화, 느린 걸음, 의미 없는 놀이를 줄이면
삶은 더 효율적이 될 거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 효율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공허해진다.
하루는 분명히 꽉 차 있는데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비어 있다.
바쁘다는 말이 입에 붙을수록
삶의 이야기는 조금씩 사라진다.
아이들은 시간을 느끼고, 어른들은 시간을 계산한다.
아이에게 하루는 길고, 어른에게 하루는 너무 짧다.
그 차이는 시간이 아니라 시선에서 온다.
아이들은 지금을 살고,
어른들은 다음을 걱정한다.
모모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같은 골목,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모모의 하루는 늘 새롭다.
우리는 너무 빨리 가는 데 익숙해졌다.
빠르면 좋은 줄 알았고, 멈추면 뒤처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모모』는 말한다.
행복은 더 빨리 도착하는 데 있지 않다고.
천천히 걷는 사람만이
주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고.
기다림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다림은 삶이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서두르지 않을 때,
비로소 중요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모는 기다릴 줄 알았고,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스스로 열리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고,
너무 빨리 판단하며,
너무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은 가만히 돌아보게 한다.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웃음을 잃고
이야기를 잃고
자기 자신을 잃는다.
그래서 시간을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여유를 되찾는 일이 아니다.
나의 감정, 관계, 기억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나답게 살아갈 권리를 되찾는 일이다.
『모모』를 덮고 나면
시간을 아껴야겠다는 다짐보다
시간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남는다.
마음 없이 보낸 시간은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누군가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준 몇 분은
오래도록 삶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간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모모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시간을 살고 있느냐고.
아니면 누군가에게 맡긴 채 흘려보내고 있느냐고.
이 책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는
정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스스로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시간을 되찾는 순간,
당신은 다시 당신 자신을 만나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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