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시간을 아끼며 살던 내가, 시간을 살고 싶어졌을 때

따뜻한 글쟁이 2026. 1. 6. 23:34

 

『모모』를 읽는 동안 나는 자꾸 내 하루를 떠올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시계를 확인하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훑어보는 나의 모습.

 

몸은 분명 하루를 살고 있는데

마음은 늘 어딘가에 늦어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시간을 쫓아다니는 사람이 되었을까.

병원 대기실에서 보내는 시간,

버스를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 있는 순간들,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지만

사실은 다음 말을 준비하고 있던 나 자신.

 

그 모든 장면들이 『모모』의 장면들과 겹쳐졌다.

회색 신사들이 시간을 빼앗아 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아주 조용하고 일상적이었다.

 

모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말을 정리해 주지도 않고,

조언을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함께 있어 준다.

 

그 장면을 읽으며

문득 예전에 누군가 내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문제 해결을 받은 게 아니라

‘괜찮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었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서둘러 끝내고 싶어 했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더 힘들다는 이유로

상대의 말을 가볍게 흘려보냈던 기억.

 

모모를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듣지 못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였던 시절의 나는

하루가 참 길다고 느꼈다.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도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모모』는 내게 묻는다.

정말로 쓸모없는 시간이 존재하느냐고.

 

아무 목적 없이 보낸 시간 속에서

마음이 숨을 쉬고 있지는 않았느냐고.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솔직해졌다.

 

나는 시간을 아낀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자주 생략해 왔다는 사실을.

 

기다림은 늘 불안했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

 

하지만 모모는 기다림 속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말을 꺼낼 때까지 머문다.

 

그 장면을 읽으며

내 삶의 기다림들을 다시 떠올렸다.

 

견뎌야 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웃음을 잃고,

자기 이야기를 잃고,

자신을 잃는다.

 

나는 아직 완전히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분명 조금씩 내 시간을 넘겨주고 있었다.

 

그래서 『모모』를 덮으며

처음으로 이런 다짐을 했다.

 

더 이상 시간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이제 나는 가끔 일부러 속도를 늦춘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을 허락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조금은 괜찮다고 받아들여 보려 한다.

 

아직 서툴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나를 재촉하지는 않는다.

 

『모모』는 내 삶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잠시 멈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게 했다.

 

시간을 되찾는다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나 자신과 다시 함께 앉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는 오늘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의 시간 안에 머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 삶에 충분히 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