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지하상가에서 받은 연말 인사 한마디

따뜻한 글쟁이 2025. 12. 28. 07:33

 

오늘은 날씨가 춥다는 말에 집에만 있을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오래 미뤄두었던 살 것도 있었고,

괜히 마음을 환기시키고 싶어 시내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바깥 공기를 오래 맞지 않고

지하상가를 따라 움직일 수 있어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다이소에 들어서니 매대 앞에서 잠시 멈칫하게 됐다.

분명 사야 할 물건이 있었는데,

비슷한 물건들이 나란히 놓여 있으니 무엇이 맞는지 헷갈렸다.

 

망설이다가 옆에 서 있던 손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게 맞을까요?”

그분은 잠깐 물건을 살펴보더니,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게 맞아요.”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처음 보는 나에게 뜻밖의 말을 건넸다.

 

“연말인데,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마음 깊숙이 남았다.

 

연말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점에,

괜히 기분 좋은 징조처럼 느껴졌다.

 

큰 사건도, 거창한 친절도 아니었지만,

낯선 사람에게서 건네받은 짧은 인사가 하루의 온도를 바꾸어 놓았다.

 

예전에는 길을 묻거나 도움을 청하면 무심히

지나쳐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시선을 피하거나,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츠러들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들어주고,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한다.

아직 이 세상에서 희망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누군가를 향한 작은 친절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어제 잠을 설쳐 몸은 오후가 되자 조금 지쳤지만,

그 젊은 여성의 밝은 웃음과 힘 있는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속에 맴돌았다.

 

아마도 그 인사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괜찮다”,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인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춥다고 느껴지던 하루였는데,

정작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지하상가 한쪽에서 조용히 찾아왔다.

 

연말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오늘 사람의 온기를 하나 더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