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2

라이팅힙 시대, 나는 천천히 글을 씁니다

“딩!”처음 타자기를 두드렸을 때 들려온,그 짧고 경쾌한 소리.나에게 타자기의 존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기억을, 감정을, 그리고 나 자신을 오롯이 담아내는 ‘공간’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타자기를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모두가 디지털 키보드로 빠르게 글을 쓰고,삭제 버튼 하나로 마음을 고치고복붙으로 감정을 붙인다.하지만 나는 아직도 오래된 타자기를 책상 한 켠에 올려두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딸깍딸깍 두드리며내 감정을 타이핑한다. 느린 글쓰기, 빠른 삶에 대한 작지만 단단한 저항『타자기 덕후가 예측하는 라이팅힙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엔‘느리게 쓰기’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그 글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고 싶다는욕망에 휘말렸다. 라이팅힙.요즘은 ‘힙..

감성 노트 2025.05.26

나중에 말고, 지금 여기서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멈춰 섰다”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위층 버튼은 깜빡이고, 안에서는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문이 열릴까 싶어 설렜지만, 또 가득 찼단다.“다음 번에 타세요.”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여성으로 살아가는 삶도 이와 닮지 않았을까.기회는 늘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면접장에서도, 회의실에서도, 심지어 정치의 현장에서도.“아직은 이르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될 거다”그런 말들을 들으며 나도 참 많이 기다려왔다.내가 부족한 걸까, 더 참고 참으면 될까… 그렇게 스스로를 탓했다.하지만 지금은 안다.문제가 내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늘 ‘나중에’라는 말로 밀려난 구조 안에 있었다는 걸.이젠 기다리지 않으려 한다.나와 ..

카테고리 없음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