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언니와 먹는 점심

따뜻한 글쟁이 2026. 4. 26. 13:34

 

주말,

언니가 밥을 먹자고 했다

 

우리 동네

생선구이 냄새가 따뜻하게 퍼지는 그 식당

 

사람들로 가득한 점심시간

겨우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아

우리는 마주 본다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먼저 따뜻해진다

 

맛있다,

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안다

 

이건

생선의 맛이 아니라

언니와 함께라는 시간의 맛이라는 걸

 

언니와 나는

열일곱 해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태어났다

 

부모님이 바쁘던 날들

언니는 부모님 대신

우리의 하루를 지켜주던 사람이었다

 

작은 자전거 위에

나를 태우고

학교로 향하던 길

 

그때의 바람과

언니의 등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따뜻하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시간을 채워갔다

 

그래서였을까

 

언니가 결혼하던 날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울었다

 

기쁜 날인데도

나는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지금의 언니는

환갑을 넘겼지만

 

여전히

내게는 가장 큰 울타리다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런 언니에게

어느 날

‘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하필,

이라는 말만

가슴속에서 맴돌았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언니는

조용히

묵묵히

버텨내고 있다

 

큰 말 없이

그저 하루를 견디며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날의 점심은

평범했지만

 

내게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나는 이제 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언니가

지금처럼

잘 버텨주기를

 

그리고

 

조금만 더 오래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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