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에 오르면
나는 늘 말수가 적어진다.
도시는 여전히 아래에서 분주한데,
이곳의 바람은 사람에게 말을 시키지 않는다.
다만 잠시 서 있으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한때 버려진 것들이 쌓여 있던 자리.
사람이 외면했던 시간 위로
풀들이 가장 먼저 자라났다.
하늘공원의 풀잎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동안 묵묵히 시간을 견뎠고,
이제는 가장 먼저 흔들리며 우리를 맞는다.
억새 사이를 걸을 때면
나는 자주 나 자신의 속도를 돌아본다.
얼마나 빠르게만 살려고 했는지,
얼마나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순간들까지
붙잡고 있었는지.
여기서는 발걸음이 느릴수록
마음이 먼저 도착한다.
바람은 이곳에서 늘 주인공이다.
사람보다 먼저 오고,
사람보다 오래 머문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고 있으면
상처도 이렇게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버티는 대신 흘려보낼 수는 없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게 된다.
해가 기울면
하늘공원은 하루의 끝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충분히 지나가라고,
오늘의 무게를 그대로 안고 내려가도 괜찮다고
노을로 답한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떠날 때마다
조금 가벼워진 마음을 발견한다.
하늘공원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기다린다.
사람이 스스로 괜찮아질 때까지.
도시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아직 자연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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