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인생을 한 편의 소설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가장 오래 지켜본 독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모든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
기뻤던 순간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도,
실수하고 후회했던 순간도
결국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이 어떻게 늘 완벽할 수 있겠어.”
하면서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면서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왜 그렇게 엄격한지 모르겠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왜 그랬을까?”
“조금만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오래 마음에 담아두곤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며
그때의 나를 탓하기도 한다.
작은 실패 하나를
마치 내 삶 전체의 실패인 것처럼
크게 의미를 부여할 때도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만약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읽고 있는 한 편의 소설이라면 어떨까?
주인공이 실수를 했다고 해서
나는 그 주인공을 미워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 이 사람도 사람이구나.”
하면서 오히려 조금 웃어줄 것 같다.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선택도 하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일 테니까.
그런데 왜 나는
나 자신에게만 그토록 가혹했을까.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
내 삶을 바라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힘들어하는 것도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로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도
그 당시의 내가 가진 생각과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잘못한 것은 돌아보고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반성하는 것과
나 자신을 계속 몰아붙이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 같다.
지나간 장면을 계속 되돌려 보면서
나를 책망한다고 해서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요즘은
내 인생이라는 소설을 바라볼 때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완벽한 주인공이 아니라
실수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조금 평범한 주인공.
때로는 잘하고
때로는 엉뚱한 선택을 하고
가끔은 한참을 돌아가기도 하는 사람.
그런 주인공이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여기까지도 잘 왔어.”
그리고 또 한 페이지를 넘겨본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의 몇 장면만 가지고
내 인생 전체를 판단할 필요도 없고,
한 번의 실패로
앞으로의 이야기를 미리 결정할 필요도 없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는
언제나 다음 장이 있으니까.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오늘 조금 부족했다고 해서
내일도 부족한 것은 아니고,
오늘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멈추어 생각하고
때로는 돌아서기도 하면서
다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아가면 된다.
그러니 이제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건네던 따뜻한 말을
나에게도 조금 건네주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이해해주었던 것처럼
나의 실수도 조금은 이해해주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한 발짝 물러나
내 인생의 독자가 되어보려고 한다.
책장을 넘기며
주인공인 나를 바라보다가
“참 많이도 애썼네.”
하고 조용히 웃어주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사람답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주인공.
그게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소설에서
나는 주인공이면서
가장 오래 나를 지켜본 독자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이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싶다.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
오늘의 내가 조금 서툴렀다면
괜찮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조금 더 편안하게 웃어도 좋겠다.
내 인생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도 사람이잖아.
그리고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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