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내 마음에는 어떤 단어들이 들어 있을까

따뜻한 글쟁이 2026. 9. 25. 22:29

 

사람의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단어들의 서랍이 하나씩 숨어 있는 것 같다.

 

기분 좋은 날에는 평소보다 환한 단어들이 먼저 나온다.

 

‘좋다’, ‘행복하다’, ‘고맙다’, ‘참 예쁘다’ 같은 말들.

 

별것 아닌 풍경도 괜히 좋아 보이고,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하늘도 한참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건넨 짧은 인사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작은 일 하나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마음이 지친 날에는 같은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단어를 꺼내게 된다.

 

‘힘들다’, ‘외롭다’, ‘막막하다’, ‘왜 이럴까.’

 

어제와 똑같은 하늘인데도 쓸쓸해 보이고,

늘 걷던 길인데도 유난히 멀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세상이 달라진 것은 아닌데,

내 마음속에서 꺼내는 단어 하나가 세상의 표정을 바꾸어놓는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글자로 옮기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서랍 하나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안에는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들이 들어 있다.

 

오래전부터 간직하고 있던 기억도 있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도 있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조금 서운했던 마음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아픔도 있다.

 

글을 쓰다 보면 그런 마음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제야 알게 되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어떤 단어를 자주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요즘 내가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쓴다면 정말 괜찮아서일까.

 

아니면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일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 지나온 시간 속에서 감사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힘들다’는 말을 자꾸 꺼내고 있다면,

어쩌면 내 마음이 이제는 나에게 조금 쉬어가자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내가 단어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 단어들이 다시 나의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나는 못해’라는 말을 계속하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지고,

‘조금씩 해보자’라고 말하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다시 시작해 볼 용기가 생긴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지나온 시간이 자꾸 아쉽게 느껴지지만,

‘지금부터’라고 생각하면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보인다.

그래서 내가 어떤 단어를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늘 좋은 단어만 꺼내며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외롭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억지로 밝은 말을 꺼내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은 조금 힘들다’고 인정하는 것도 나를 돌보는 방법일 테니까.

 

다만 마음속 서랍을 열어보았을 때 너무 오랫동안 어두운 단어들만 놓여 있다면,

그 옆에 작은 빛 하나쯤은 함께 넣어두고 싶다.

 

‘괜찮아.’

 

‘천천히.’

 

‘다시.’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어.’

 

오늘 내가 자주 꺼내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 단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음속 서랍을 하나씩 열어보고,

그 안에 어떤 단어들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는 일.

 

그리고 너무 오래 넣어두었던 단어는 조심스럽게 꺼내어 바라보고,

이제는 내 곁에 두고 싶은 따뜻한 단어 하나를 새로 넣어두는 일.

 

오늘은 내 마음의 서랍에 어떤 단어 하나를 넣어둘까.

 

나는 오늘,

 

‘희망’이라는 단어를 넣어두고 싶다.

 

크고 특별한 희망이 아니어도 좋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아질 거라는 마음.

 

아직 나에게도 새로운 하루가 남아 있다는 믿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음의 서랍을 열었을 때,

 

오늘 넣어둔 그 작은 희망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