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AI 시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글쓰기

따뜻한 글쟁이 2026. 9. 14. 01:09

 

―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AI 시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글쓰기’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왔다.

 

요즘은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들어내는 시대다.

몇 마디의 문장만 입력해도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그런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글쓰기’라는 제목은

조금 특별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무엇이 인간만의 글쓰기일까.

 

잘 쓴 문장일까.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일까.

아니면 남들이 감탄할 만큼 멋진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오늘 강의를 들으며 나는

그 답이 어쩌면 ‘바라보는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강의를 해주신 분은 아동문학을 쓰시는 작가님이라 그런지

자연을 바라보며 쓴 시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자연은 한 권의 책과 같다고 하셨다.

 

그 책에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있고

그 계절마다 우리가 미처 읽지 못했던

삶의 문장들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자연은 한 권의 책이다

 

여름은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밀려드는 따뜻한 바람 같았다.

 

멀리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을 바라보고,

붉게 물든 어떤 풍경 앞에서는

그저 ‘빨간색’이라고 말하는 대신

그 안에 담긴 희망과 그리움까지 느껴보는 것.

 

가을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속에서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계절이고,

 

‘철이 든다’는 말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삶의 깊이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오면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잠시 거두고

따뜻한 집 안에 머물며

내 마음속에 작은 불빛 하나가 켜져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

 

계절은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 말을 듣지 못했을 뿐.

 

 

시와 음악은 닮아 있다

 

강의 중에 시와 음악은 같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음악에는 ‘루바토’라는 것이 있다.

 

정해진 박자에서 조금 자유롭게 벗어나

연주자의 감정에 따라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조금 빠르게 흐르기도 하는 것.

 

하지만 자유롭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흐름 속에도

음악을 붙잡아주는 중심과 뿌리가 있다.

 

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정해진 답이 없고

때로는 문장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아도

그 안에는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흐르고 있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다.

 

우리의 삶도 늘 일정한 박자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날은 빠르게 달리고

어떤 날은 한참을 멈춰 있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를 견디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삶이라는 음악은 계속 흘러간다.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나만의 속도로.

 

생각과 마음, 그리고 언어

 

또 하나 기억에 남은 것은

우리의 마음과 뇌, 생각과 언어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들여다보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때

비로소 ‘내가 하는 말’이 된다는 것.

 

생각은 마음속에만 있을 때는

아직 모양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글로 꺼내놓는 순간

비로소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무언가를 멋지게 표현하는 기술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글쓰기는

내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멈추어 바라보는 순간

작가님께서는

오래된 시간들이 품고 있는 추억도

시처럼 우리를 부른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잠시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았다.

 

살면서 그냥 지나쳐버린 장면들.

어린 시절의 어느 오후,

창밖으로 보이던 나무 한 그루,

비 오는 날의 냄새,

누군가 무심하게 건넸던 따뜻한 말 한마디.

 

그때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아마 추억이라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쪽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가

우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

다시 말을 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관찰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나무를 나무로만 보지 않고

그 나무가 지나온 시간까지 상상해보고,

 

하늘을 하늘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내 마음과 닮은 점을 찾아보고,

 

낙엽 하나를 보면서도

떨어지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계절을 다 살아낸 뒤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는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

 

그렇게 바라보면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것처럼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걸으면서 생각이 정리될 때가 많다.

 

집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던 마음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때가 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며

어쩌면 글쓰기도 걷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마음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길처럼 이어지는 것.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속을 산책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사물도

오늘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컵 하나에도

오래 사용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고,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에도

누군가가 물을 주고 돌본 시간이 담겨 있고,

 

오래된 책 한 권에도

그 책을 읽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작가님께서

사물에게도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오래 남는다.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쩌면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닮아 있을 것이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는 것.

 

그런 마음에서

좋은 글도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 조금 가까워졌다

사실 나는 시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짧은 문장 안에 너무 많은 뜻이 들어 있는 것 같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몇 번을 읽어도

잘 모르겠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시를 꼭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거창한 말이 아니어도 괜찮고

특별한 경험이 없어도 괜찮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문장을 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저 오늘 내가 바라본 것 하나,

오늘 내 마음에 머물렀던 생각 하나,

 

그 순간 느꼈던 감정 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적어보는 것.

 

그것도 시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문득

나도 조금씩 써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AI 시대에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AI는 아주 빠르게 글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오늘의 강의를 들으며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얼마나 빨리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기억하느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내가 오래 바라보았던 한 사람의 표정과

그날의 바람과

내 마음에 남은 작은 서운함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까지

내 삶의 시간으로 대신 살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글은

내가 살아온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그래서 인간다운 글쓰기는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정적인 마음도

그저 밀어내기보다 가만히 바라보고,

 

흐르는 시간도

붙잡으려고 애쓰기보다

그 안에 함께 머물러보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작은 의미 하나를 발견해보는 것.

 

그렇게 바라본 마음이

언어가 되어 세상으로 나올 때

그 글은 비로소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오늘, 시인의 눈을 조금 빌려왔다

 

강의를 마치고 도서관을 나오는 길에

평소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무도 그대로였고

하늘도 그대로였고

사람들도 평소처럼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조금 달라 보였다.

 

아마 오늘

시인의 눈을 잠시 빌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것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작은 것에도 마음을 기울이고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눈.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하루도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될 것 같다.

 

요즘은 참 감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읽을 수 있고,

 

마음을 배우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인문학 강의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사람들만 접할 수 있었던 배움이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오늘도 나는

강의 하나를 듣고 돌아왔을 뿐인데

생각 하나를 얻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를 새로 얻은 것 같다.

 

그리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

오늘은 조금 가까워졌다.

 

아주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천천히 적어보고 싶다.

 

걷다가 마음에 들어온 풍경 하나,

계절이 건네는 작은 신호 하나,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 하나,

 

그리고 오늘 하루

내 마음에 머물렀던 어떤 감정 하나.

 

그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잠시 멈춰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세상을 조금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그 바라봄 끝에서

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은 한 문장을

천천히 적어본다.

 

그렇게 한 줄씩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내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시 한 편쯤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강의가

내게 남겨준 가장 따뜻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