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되면 난 달력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빼곡히 적힌 기념일들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숨은 어떤 ‘감정의 주파수’ 때문이라고 할까.며칠 전, 이갑수 작가님의 칼럼 『오월의 달력』을 읽었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중용의 도'로 바라본다는 그 말에,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들어 내가 걸어온 오월의 날들을 더듬어 보았다. 꽃이 피고, 마음이 열리는 계절오월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팝나무다. 하얗게 만개한 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마치 "잘 지내고 있니?" 하고 말을 거는 것만 같다. 내가 아팠던 어느 봄날도,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에 다녀오던 길가에서이팝나무는 하얀 얼굴로 조용히 웃고 있었다. 어릴 적엔 몰랐던 그 풍경이,이젠 나에게 가장 깊은 위로가 된다. 달력 속 숫자들, 그 너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