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홍수〉
영화 〈대홍수〉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숨을 고르게 되었다.
물이 차오르는 장면 때문이 아니라,
그 물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 때문이었다.
그 얼굴들은 낯설지 않았다.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어쩌면 매일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나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물은 위협적이지 않다. 발끝을 적실 뿐이다.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떠올렸다.
괜찮다고 말하던 순간들,
아직은 아니라고 미루던 선택들.
영화 속 인물들이 경고를 흘려듣는 장면에서,
나는 그들을 탓하지 못했다.
나 역시 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재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사람들은 빠르게 달라진다.
누군가는 문을 닫고, 누군가는 등을 돌린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정말 저 상황에서도 나는 끝까지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아니면 살기 위해 모른 척 고개를 돌렸을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 영화가 내 마음을 오래 붙잡은 이유는,
선명한 영웅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흔들리고 망설이는 인간만이 있다.
그 망설임은 비겁해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더 아프다.
나는 그 흔들림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옳은 걸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했던 순간들, 침묵을 선택했던 기억들.
물이 점점 차오를수록 대사는 줄어든다.
말 대신 남는 것은 눈빛과 손짓,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다.
누군가의 손을 놓는 장면에서
나는 화면을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다.
그 침묵이 너무 현실 같아서,
나 역시 어떤 손을 그렇게 놓아버린 적이 있었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났을 때, 물은 빠졌지만 마음은 젖어 있었다.
〈대홍수〉는 나에게 묻는다.
재난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고,
그것은 외면과 미루기의 결과라고.
그리고 그 앞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이 영화는 거대한 물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였다.
물이 모든 것을 씻어내고 난 뒤에도
남는 것은 장면이 아니라 질문이다.
다음번 물이 차오를 때,
나는 또다시 괜찮다고 말하며 눈을 돌릴 것인가.
아니면 조금 늦더라도, 누군가의 손을 붙잡을 용기를 낼 것인가.
나는 아직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대홍수〉를 본 이후로,
발목을 적시는 작은 물에도 더 이상 무심해질 수는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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