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 앞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섰다
예능 〈뛰어야 산다〉를 보면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사람을 응원하지 못했다.
대신 자꾸만 시선이 머무는 사람이 있었다.
숨이 가빠 자주 뒤처지는 사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멈춰 서는 사람.
그 모습이 꼭 나 같아서였다.
나는 아픈 시간을 오래 지나왔다.
아픔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왔고,
몸이 먼저 멈추면 마음은 그보다 더 빨리 주저앉았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말이
가끔은 나를 일으키는 힘이 아니라
나를 더 아프게 만드는 주문이 되기도 했다.
아플 때 가장 힘든 건 통증 그 자체가 아니었다.
아프다는 이유로
속도를 잃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계속 뛰고 있는데
나만 멈춰 선 기분.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이렇게 멈춰 있어도, 나는 살고 있는 걸까?”
〈뛰어야 산다〉 속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다.
몸은 이미 한계를 넘었는데
포기라는 말은 쉽게 꺼내지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는 말한다.
“뛰지 못해도 괜찮아요.”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나는 너무 잘 안다.
아픔은 사람을 느리게 만든다.
느려진다는 건
세상에서 탈락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느려진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의 소리를 들었다.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것,
쉬어도 괜찮다는 것,
오늘은 여기까지여도 괜찮다는 것.
예전의 나는
아파도 참고 뛰려고 했다.
멈추면 끝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러다 결국
완전히 쓰러져야만 멈출 수 있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멈춤은 패배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선택이라는 걸.
이제 나는
뛰지 못하는 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아픈 몸으로도 하루를 건너온 날을
조용히 인정한다.
그 하루가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뛰어야 산다〉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뛰어야만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멈출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오늘도 나는
뛰지 않았다.
하지만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내 몸을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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