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줄

사랑은 가난했고, 그래서 더 빛났다

따뜻한 글쟁이 2025. 12. 13. 11:45

 

― 오페라 〈라 보엠〉을 보고

 

오페라 〈라 고보엠〉을 떠올리면

언제나 파리의 겨울이 먼저 생각난다.

 

난방이 되지 않는 다락방,

타오르는 것은 난롯불이 아니라 젊음이고,

배고픔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푸치니는 이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너무도 아름답게 노래했다.

그래서 〈라 보엠〉은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늘 따뜻하다.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은 시작부터 조심스럽다.

문이 닫히고, 촛불이 꺼지고, 숨결이 가까워지는 그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당신은 누구인가요?”라는 아주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는,

사랑이란 언제나 그렇게 사소한 계기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라 보엠〉 속 젊은이들은 늘 부족하다.

돈도, 시간도,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노래하고 웃고 사랑한다.

 

특히 카페 모뮈스의 장면은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가장 화려한 음악이 흐르지만,

그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마치 인생의 찬란한 순간들이 늘 잠시뿐인 것처럼.

 

미미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조용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누구보다 크다.

병든 몸으로도 사랑을 선택하고, 사랑 때문에 떠나며,

결국 사랑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미미의 죽음은 요란하지 않다. 그래서 더 아프다.

삶이 끝나는 순간마저도 그녀는 주변을 배려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늘 숨을 고르게 된다.

슬픔이 너무 정직해서, 눈물이 쉽게 흐르지 않는다.

 

〈라 보엠〉이 특별한 이유는,

이 오페라가 우리에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비록 짧았지만, 그 시간은 분명히 살았다고.

가난했고, 불안했고, 아팠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했다고.

 

그래서 이 작품은 오래된 오페라인데도 여전히 현재형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일상, 쉽게 사라지는 관계,

그럼에도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손.

〈라 보엠〉은 우리 모두가 한때 미미였고,

로돌포였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음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귀에 남기보다는 마음에 남는다.

 

사랑이란 결국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빛을 알게 되는 것임을,

푸치니는 이 오페라로 아주 오래전부터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