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노트

덜 달고 시원했던 식혜 — 엄마가 남기고 간 사랑의 온도

따뜻한 글쟁이 2025. 12. 9. 00:32

 

며칠 전, 엄마 꿈을 꾸었다.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가

어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말하지 못한 채

조용히 손을 내미셨다.

 

깨어난 뒤, 그 손짓의 의미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

불안하거나 무서운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하게 저려오며

그저 한 가지 감정이 선명하게 남았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리웠다.

 

엄마는 늘 손으로 마음을 전하던 사람이었다.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손길 하나에 모든 사랑이 담겨 있는 그런 엄마다.

그래서였을까.

꿈 속 엄마의 손짓은

마치 생전에 나를 돌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편두통이 심해 밤새 끙끙 앓던 날이면

엄마는 단 한 순간도 눈을 붙이지 않으셨다.

숨소리가 달라지는지, 열이 더 오르는지,

내가 잠결에 몸을 뒤척이기라도 하면

바로 옆에서 살며시 이마를 짚어보던 엄마.

밤이 깊어도

엄마의 손길은 나에게 세상의 온기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핸드폰이 없던 시절,

밤늦게 들어오던 날들이 있었다.

엄마는 추운 겨울 공기 속에서

두 시간 가까이 바깥에 서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셨다.

문이 열리자마자

걱정이 밴 목소리로 “왔어?” 하고 묻던 그 표정.

그 순간의 미안함과 사랑은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린다.

 

나는 입이 짧아 밥도 잘 먹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주셨다.

부드러운 빵, 따끈한 육계장, 그리고… 무엇보다

덜 달고 시원한 식혜.

 

엄마가 만든 식혜는

가게에서 파는 달고 진한 맛이 아니었다.

약간 덜 달고,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엄마의 숨과 손길이 그대로 담긴 맛이었다.

 

엿기름을 우려내고

온도를 맞추며 기다리는 그 번거로운 과정을

엄마는 귀찮아하지 않으셨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먹고,

조금이라도 속이 편해지면

그걸로 엄마의 하루가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식혜를 마실 때마다

엄마가 나를 걱정하던 눈빛,

내 손을 쓰다듬던 온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함께 넘어가는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꿈에서 나타난 엄마의 손짓이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작별이 아니라

“나 여기 있다.

너 혼자 아파하지 마라.”

라는 엄마만의 방식이었다.

 

지금 내 마음에 남은 감정은

슬픔의 그리움이 아니라

따뜻한 그리움이다.

나를 걱정하고, 돌보고,

사랑으로 감싸주던 엄마의 온기가

아직도 내 안에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덜 달고 시원했던 식혜의 맛처럼

엄마의 사랑도

자극적이지 않고,

과하지 않고,

부드럽고, 잔잔하고, 깊었다.

 

엄마가 꿈에 찾아온 밤,

나는 다시 한 번

그 사랑을 건네받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식혜의 향기만 떠올려도

엄마가 내 곁에 있는 듯

가슴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