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줄

살던 곳에서, 나답게 떠나는 길

따뜻한 글쟁이 2025. 8. 20. 17:06

 

삶은 시작과 끝이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간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그래서 준비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누구나 바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집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나답게,

평온히 떠나고 싶다고.

 

영국의 호스피스 제도는 이러한 바람을 제도 속에 담아낸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혹은 주 1회 병원에 들르는 방식으로,

사람들은 마지막을 삶의 연속선상에서준비한다.

 

죽음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하루의 해가 저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죽음이 두려움이 아닌,

삶의 또 다른 이름처럼 다가온다.

 

싱가포르의 노인들 역시 대부분 자택에서 생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순간이란 가족의 따뜻한 손길과 집 안의 익숙한

공기 속에서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답게 다가온다.

 

낯선 병원의 기계음이 아닌,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덴마크에서는 많은 노인이 집에서 존엄을 지키며 임종을 맞는다.

이는 단순히 제도의 결과가 아니다.

 

한 인간이 끝까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신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곳의 죽음은 고통을 끌어안지 않고,

존엄을 놓치지 않으며,

끝까지 자기다운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죽음을 삶의 거울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물음은 곧,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사실 죽음을 향한 두려움을 덜어내는 과정이자,

남은 삶을 더욱 깊고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병원의 하얀 불빛 속에서,

기계와 주사기에 묶인 채 삶의 끝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원한다.

“살던 곳에서, 나답게, 품위 있게” 떠나는 순간을.

 

그 소망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인간의 권리다.

 

삶의 마지막은 결코 두려움만으로 채워진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사랑했던 이들과의 순간을 감사히 기억하며,

조용히 작별을 고하는 아름다운 과정일 수 있다.

 

영국, 싱가포르, 덴마크가 보여주듯,

죽음은 결코 삶의 반대말이 아니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얼굴이며,

마지막까지도 삶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소망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그 순간을,

나답게, 품위 있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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